두 번의 장기기증… ‘이웃사랑’ 삶으로 증명하다

입력 2025-09-08 03:03
2005년 11월 간 기증 당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태조 목사. 이 목사 제공

두 번의 장기 기증으로 생명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이태조(67) 예일교회 목사가 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생명나눔 유공자 표창을 받는다.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성경 가르침에 따라 전도사 시절 결심한 생존 시 장기기증을 이어온 그는 15여년 전부터 지적장애인이 모이는 교회를 이끌며 또 다른 사랑도 나눠왔다.

이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기증인이나 기증 희망자,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모두가 같은 마음일 텐데 혼자 상을 받게 돼 머쓱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추천하고 이랜드그룹이 후원하는 사회공헌자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휴식을 누린 것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이 목사는 “98세 장모님께서 산책을 마치고 들어간 커피숍에서 ‘이런 데서 차 마셔보기는 처음이다. 사위 덕분에 멋진 바다도 보고 너무 좋다’고 말씀하셔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1993년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게 신장을, 2005년엔 말기 간암 환자에게 간 절반을 이식했다. 전도사로 베데스다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시설에서 만났던 17살 아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생명나눔 실천의 시작이었다. 그는 “그 아이와 함께 병원에 투석하러 다니면서 의료진으로부터 ‘신장을 기증받으면 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듣게 됐다”며 “곧장 장기 기증 등록 신청을 했지만 아이와 조직이 맞지 않아서 제 신장은 다른 맞는 분에게 기증됐다. 그 아이는 이듬해 하나님 품에 안겼다”고 했다.

이 목사와 가족이 지난 5월 말 이랜드그룹 사회공헌자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2003년 말 간 이식을 하려 입원도 했으나 예상치 못한 지방간 판정으로 이식 수술엔 이르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2년간 식이 요법과 운동 끝에 2005년 11월 50대 간경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과 2022년엔 생존 시 장기 기증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자전거 국토 종주에도 나섰다. 지금까지 250차례 넘게 헌혈을 하며 나눔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목사는 경북 상주의 예일교회에서 지적장애인과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를 이끄는 담임목사다. 인근 장애인 시설에서 온 입소자, 인솔자와 가족이 함께한다. 이런 인연으로 이 목사는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우리 교회는 수년째 매번 같은 찬송가를 부른다”며 “처음엔 잘 못 해도 100번 부르다 보면 모두 다 외운다”고 웃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교육을 진행해 2년 전 장애인 성도 15명이 세례를 받았다.

생존 시 기증을 한 이들의 모임 ‘새생명나눔회’ 회장인 이 목사는 “부끄럽지만 주변에 적극적으로 장기 기증한 사실을 알린다”며 “아직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4만명에 이른다. 더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도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