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에 운동화, 모자에 양산까지 준비한 교인들이 7일 인천 계산중앙교회(최신성 목사) 앞마당으로 모였다. 주일예배 복장이라기엔 낯선 모습의 이들은 이날 ‘사랑나눔 걷기대회’에 참여했다.
걷기대회에 참여한 교인들은 교회에서 출발해 계산삼거리와 임학사거리, 오조산공원을 돌아오는 6㎞ 코스를 걸었다. 자녀가 탄 유모차를 밀며 걷는 가족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이들까지 참가자의 면면은 다양했다.
박재성(38) 집사는 두 살배기 아들 시온이와 함께 참여했다. 걸음이 느린 시온이에 맞춰 느리게 걷다가 벌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아들을 안고 빠르게 걷기도 했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 교회의 전통이기도 한 걷기대회에는 신앙을 계승하고 선교에 참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정예원(16)양은 “걸음마를 뗀 뒤부터 부모님과 함께 참여했다”면서 “이제는 교회 친구들과 함께 걸으면서 선교에도 참여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2007년 시작한 사랑나눔 걷기대회는 어느덧 17회가 됐다. 교인들은 1만원의 참가비를 내는데 교회는 이를 결식아동 지원과 장학금, 해외아동선교 등 선교비로 사용한다. 올해 모은 기금은 특별히 태국 선교와 캄보디아 청소년 축구대회에 지원한다.
김광윤(76) 은퇴장로는 해마다 빠지지 않고 걷기에 동참한다. 그는 “비록 완주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선교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보니 걸음이 불편해도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걷기대회 중 만난 최신성 목사는 “교회 안에는 저마다 다른 형편과 사정을 가진 성도들이 있다”며 “누구라도 지역사회와 선교를 위한 작은 걸음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걸으면서 복음을 전하고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회들은 또 있다.
광주광역시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도 오는 12일 광주생명의전화(공동이사장 문정현·이상복)가 주최하는 ‘생명사랑 밤길걷기’에 참여한다. 걷기대회가 열리는 금요일 기도회를 밤길걷기로 대체한다.
밤길걷기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현실을 알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그동안 밤길걷기에 20여곳 교회가 협력했으며 올해도 5곳 교회가 동참한다.
참가자들이 걷는 코스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관련이 있다. 올해 참가자들은 11.7㎞를 걷는데 이는 2023년 기준 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11.7명을 의미한다.
장식 소장은 “밤길을 함께 걷는 것은 인생의 어두움이 찾아올 때 누군가와 함께 걷고 서로 의지함으로써 함께 새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가 적극적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함께 기도하며 사랑을 나누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인천=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