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에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고용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규모를 빅컷(0.50% 포인트 인하)으로 예측하는 전망도 늘었다.
두 달째 3100~3200대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가 금리 인하에 힘입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조만간 발표될 미국의 물가 지표가 경기 악화 등 비관론을 키울 경우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지난 5일 미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 대비 2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만5000명)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실업률도 4.3%로 전달(4.2%) 대비 상승했지만 이는 예상치에 부합했다.
고용 둔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는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 전망을 89.0%로 반영하고 있다. 1주일 전보다 2.6% 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당시 0%였던 빅컷 전망도 11.0%로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예상보다 노동시장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 기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노동시장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연준이 0.25% 포인트 인하를 넘어 빅컷을 통해 상황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된 것이다.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나오는 마지막 물가 지표여서 결과에 따라 시장이 크게 반응할 수 있다.
통상 금리가 인하되면 증시에는 호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8월 CPI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할 경우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경우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돈을 옮기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뺄 수 있다. 지난 5일 뉴욕증시도 예상보다 가파른 고용 둔화와 실업률 상승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이달 FOMC에서 8월 고용·물가 지표를 토대로 금리를 한 차례 ‘보험성 인하’로 묶으면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로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이어지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연중 고점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는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후퇴로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경기 부양책이 없으면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