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 경제 효과냐 안보냐… 결론 못 내는 ‘정밀 지도 반출’

입력 2025-09-08 02:06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향후 5년 간 18조원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 효과를 명분으로 줄기차게 고정밀 지도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논리에 일정 부분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기반 시설 노출,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한 국민적 반감 등을 고려해 여전히 허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7일 한국정보통신설비학회 하계학술대회에 발표된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이 첨단산업의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2026~2030년 공간정보산업 분야에서 18조4600억원의 누적 매출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이 인용한 자료는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산업조사’다. 해당 조사를 보면 공간정보산업의 총매출액은 2021년 9.92%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후 성장세가 둔화해 2023년엔 0.6%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는 해당 산업의 성장 동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은 현재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 등을 비롯해 혁신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때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정밀 지도를 반출을 허용했을 때 공간정보산업 분야의 경제 효과가 불허했을 때 대비 2~3배가량 크다. 반출 불허 때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출 증가율과 고용 성장률이 각각 연평균 4.31%, 3.37%로 전망되지만, 반출 허가 시 해당 수치가 12.49%, 6.25%로 뛰어오른다.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관광 활성화로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은 지도 반출을 요구해온 해외 빅테크 측에서 그간 꾸준하게 강조해온 점이다.

반면 정부는 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 유출 시 안보 위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지도 반출을 위해서는 안보시설 가림(블러) 처리, 좌표 노출 금지, 데이터 센터 국내 운영 등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4일 애플이 신청한 전국 1대 5000 축적 상용 디지털 지도의 국외 반출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 기간을 60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도 오는 11월로 연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맵 등 도입이 당장 필수적인 아젠다가 아닌 상황에서 안보 우려와 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강행하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