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경기 양주회천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 1층에서 시멘트 마감 작업을 하던 김모씨(72)가 현장 소장과 작업 내용을 협의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사망진단 결과 사인은 급성 심정지였다. 그는 평소 고혈압·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늙어가는 건설현장이 사망의 양상까지 바꾸고 있다. 그동안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추락’ ‘깔림’ ‘끼임’ 등 건설현장이 사고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현장 근로자들의 급격한 고령화로 작업 중 건강 이상으로 자연사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망자 5명 중 1명꼴로 건강 이상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민일보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2019년부터 올해 8월 11일까지 신고된 건설사고 3만2516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사망자 1562명 가운데 작업 중 쓰러짐, 심정지, 호흡곤란 등 건강 이상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221명으로 전체의 14.1%에 달했다.
건강 이상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9년 11.4%에서 2020년 13.1%로 상승했다가 2021년엔 8.4%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2022년 12.9%, 2023년 17.1%로 다시 가파르게 올랐고, 지난해에는 19.0%까지 치솟았다. 올해 역시 8월 중순 현재 18.9%에 달해, 전체 사망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건강 이상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건설 현장 작업자의 고령화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건설업은 고강도 업무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아 청년층의 기피가 심하고, 이 공백을 중·장년층이 메우면서 건설 현장에서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52.2세로, 2018년 2월(47.7세)보다 4.5세 높아졌다.
정부는 고령자의 건강이상 자연사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배치 전 건강검진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자칫 과잉 규제로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령자의 사망은 심혈관계·당뇨 합병증 등 개인적 요인과 업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사전에 완전히 걸러내기는 어렵다”며 “대형 사업 현장은 자체적으로 혈압 등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는 아니다.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김윤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