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비핵화’ 빠진 채 밀착 강화… 대북제재 무력화 우려

입력 2025-09-06 00:02
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이에 대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방중으로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됐다. 특히 북·중 정상회담 내용에서 ‘비핵화’가 빠져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앞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며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면서 “조·중 친선관계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보여준 력사적인 계기”가 됐다고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일부터 이어진 4박5일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장 기간의 해외 체류다.

김 위원장은 중국·러시아와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벨라루스·말레이시아·미얀마·베트남 정상들과 교류하는 등 다자 외교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선 북·중 관계개선에 물꼬를 트는 성과도 거뒀다.

중국도 지난달 31일 톈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개막을 시작으로 3일 80주년 전승절 열병식과 4일 북·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외교 ‘슈퍼위크’를 통해 반서방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한때 실각설이 나돌았던 시 주석의 건재도 과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언급함으로써 북·러 밀착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했다는 의구심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전날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이번 회담의 비중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발 다가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의 마지노선이나 다름없는 관리자 역할을 자처했는데, 이번 북·중 회담에선 이전과 달리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관계의 단순한 복원을 넘어서 북한의 재도약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과 관계 개선으로 양측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커졌다. 사라진 비핵화와 북·중 경제협력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러시아로부터 첨단무기, 중국으로부터 경제회복을 위한 물자를 도입해 김정은 체제가 정상국가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는 별다른 평가 대신 중국의 역할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중 관계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