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 급증… 심상찮은 서민 경제

입력 2025-09-05 18:51 수정 2025-09-05 18:56
연합뉴스TV 제공

“지난해 최저 매출이 요즘 평균 매출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최근 매출은 평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주말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수십명에 이르렀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자취를 감췄다. 여름철 비수기라는 걸 고려해도 유난히 매출 부진이 심각하다고 한다.

자영업자 B씨도 비슷한 처지다. 월 300만원가량 순이익을 내는 식당을 운영하지만, 생활비에 각종 비용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매월 대출 원리금으로만 230만원이 빠져나간다. 카드장기대출(카드론), 소액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이용해 돌려막기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당장 이번 달에 돌아올 대출을 또 어떻게 막을지 시름이 깊다.

경기 부진이 누적되면서 서민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카드론에서부터 경고음이 커지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카드)의 연체율이 1.76%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2014년 말(1.69%)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현금흐름이 나빠진 것이 카드사 연체율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이 포함된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3.54%에 이르렀다.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이 전체 카드사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보다 0.16% 포인트 올라 상승 폭으로도 다른 채권보다 가장 컸다. 매출 감소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에게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생활비나 운영비 충당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출 한도가 소진돼 추가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여기에다 신용판매채권 연체율도 지난해 말보다 0.10% 포인트 오른 0.99%로 집계됐다. 일상에서 쓰는 식비, 유류비 등의 일반 생활비 소비지출을 카드로 결제하고 갚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자영업자 500명을 분석해 올해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8%, 13.3% 줄었다. 한경협은 올해도 자영업자 매출이 지난해보다 6.5%, 순이익은 7.2%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실적 악화와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 등의 이유로 앞으로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민생회복 쿠폰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재정 확대정책과 수출 훈풍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건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8년 1월(111.6) 이후 최고치다. 소비를 촉진해 자영업자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 카드 연체율 둔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