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푸니쿨라

입력 2025-09-06 00:40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방문하는 도시의 이색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느릿느릿하게 도심을 누비는 트램이 대표적이지만 경사가 있는 곳을 방문할 때는 케이블카나 푸니쿨라(funicular)를 타게 된다. 특히 고풍스런 푸니쿨라는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주는 낭만적 상징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푸니쿨라는 이탈리아어 ‘funicolare’에서 유래한 단어로 레일 위에서 객차를 밧줄로 견인해 운행하는 철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닥의 강철 철사를 꼬아 만든 줄(鋼索)을 연결했다는 의미로 ‘강삭 철도’라고도 불렸으나 요즘 관광지에 설치된 비슷한 성격의 탈것은 대부분 푸니쿨라로 통칭된다.

옛 도심이나 성곽, 전망대 등이 가파른 곳에 있는 관광지에는 거의 푸니쿨라가 설치돼 있다. 홍콩 여행객들에겐 ‘피크트램’으로 불리는 푸니쿨라를 탄 뒤 야경을 보는 게 기본 일정이고, 영화 ‘라라랜드’에 등장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앤젤스 플라이트’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오스트리아의 호엔잘츠부르크성을 방문할 때 푸니쿨라 탑승은 필수적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에서도 피에트라 언덕을 오르는 푸니쿨라를 많이 이용한다. 푸니쿨라는 어디서든 사랑받지만 최근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각광받던 곳 중 하나는 가파른 언덕의 도시인 포르투갈 리스본의 푸니쿨라였다.

리스본 푸니쿨라는 라바, 비카, 글로리아의 3개 노선으로 운행되는데 연간 350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그런데 지난 3일(현지시간) 글로리아 노선의 푸니쿨라 객차가 탈선한 뒤 미끄러져 내려가다 건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 2명의 한국인이 있었고, 한국인 부상자 1명은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푸니쿨라는 낭만적인 교통수단이지만 케이블이 풀리거나 끊어질 경우엔 통제하기가 어려워 위험한 측면이 있다. 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빈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