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만의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계 복원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은 ‘김정은 체제’에서 멀어졌던 북·중이 형제국가 관계를 복원하는 단초가 됐다는 평가다.
중국 CCTV 등 중국 관영매체는 두 정상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두 정상은 1시간 정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 강화방안과 국제정세를 논의했다. 시 주석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령을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중국과 양당 양국의 각급 교류를 긴밀히 하고 당 건설, 경제 발전 등 방면의 경험 교류를 전개하여 북한 당과 국가 건설 사업의 발전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하며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율을 강화하고 양측의 공동과 근본이익을 잘 수호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북·중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화려했던 방중을 끝내고 특별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을 떠났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전승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버금가는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열병식과 리셉션 행사 내내 동행하며 그동안 다소 후퇴했던 북·중 관계의 새 시작을 대외에 알렸다.
올해 수교 76주년을 맞는 북한과 중국은 냉각기와 해빙기를 반복해서 겪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접어든 후 2012년부터는 관계 소원이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체제 안정화를 위해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다.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던 중국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냉랭하던 북·중 관계는 2018년 3월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복원되나 싶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서방 진영과 무역 확대를 추진하려던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거리를 뒀지만 북한은 거꾸로 밀착을 심화했다. 북·러가 가까워질수록 북·중은 멀어졌다.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되자 북한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그해 7월 27일 북한 전승절 행사에는 주북 중국대사가 불참했다.
북·중 관계는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다시 우호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교역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에는 북·러 경제 협력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공을 들여 개장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관광 활성화 역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예슬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