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덤핑 관세 78%”, 미국 “화학업체 제재”

입력 2025-09-04 18:5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 주둔 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북·중·러 연대를 과시한 중국이 미국산 특수 광섬유 품목에 최고 78.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승절 기념식이 종료된 직후 중국 화학업체에 제재를 가했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4일부터 2028년 4월 21일까지 미국산 ‘차단파장 이동형 단일모드 광섬유’에 33.3~78.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광섬유는 해저 케이블이나 장거리 고속 통신망에 주로 쓰인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물품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부과된다.

상무부는 중국 기업 창페이의 요청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광섬유 제품의 관세 회피 사례를 조사했다. 상무부는 “중국 최초의 우회 덤핑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미국 업체가 해저 케이블용 광섬유 수출로 다른 광섬유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2018년 7월부터 시내망 등에 쓰이는 ‘비분산형 단일모드 광섬유’에 33.3~78.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광섬유의 높은 호환성을 이용해 상품 분류 코드를 바꿔 기존 관세를 회피해 왔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이번 조치로 세계 1위 광섬유 사업자 코닝 등 미국 업체들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상무부는 “결정에 불복할 경우 법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선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중국 거시경제 전문가 네오 왕은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이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급에 대한 예외를 철회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무역 협상 분위기 훼손을 삼가야 한다는 것을 미국에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 미국산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적용받았던 개별 허가 절차 면제를 폐지했다. 이에 수출 통제 장비를 중국 공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직후 화학업체 광저우 텅웨와 대표 2명을 펜타닐 원료 제조 관여를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중국이 펜타닐 원료 합성 오피오이드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미·중 양국은 서로를 상대로 부과했던 관세를 각각 115% 포인트 낮춘 ‘관세 휴전’을 올해 11월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본격 발효된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해 달라고 이날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함께 멕시코, 중국 등에 적용됐던 마약 관련 관세도 이번 소송에서 다뤄진다.

나성원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