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리그에 ACL까지” K리그 4팀 ‘답답한 출정식’

입력 2025-09-05 01:15
왼쪽부터 신태용 울산HD 감독, 정경호 강원FC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4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26 ACL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최고 축구팀을 가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개막한다. 피 말리는 리그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탓에 K리그를 대표해 나서는 사령탑들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보다 부담감이 묻어났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강원FC,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선수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ACL를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감독들은 모두 거창한 포부 대신 조별예선 통과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꺼냈다. 리그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어 ACL 일정 병행은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리그 3연패 위용에서 강등권 코앞까지 추락한 울산의 신태용 감독은 “상위 스플릿에 가기 전까지는 모든 초점을 오직 리그에 두겠다”고 말했다. 강원의 정경호 감독 역시 “리그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지난해 리그 준우승팀이지만 현재 7위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에 나서지만 전력을 다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한국은 ACL 최다(12회) 우승국이지만 최근엔 조별리그 통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엔 K리그 팀 가운데 광주FC만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까지 올랐고,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0대 7 대패를 당했다.

이날 용병 쿼터 제도가 K리그의 ACL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감독은 “선수들을 이원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 경험만 쌓기엔 돈이 아깝다”며 “K리그가 아시아에서 1~2위를 다투려고 한다면 ACL에서도 최소 8강까지 갈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ACLE 1차전은 오는 16일 강원과 상하이 선화(중국)의 맞대결로 시작한다. 5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 나서는 서울도 같은 날 마치다 젤비아(일본)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른다. 김진수(서울)는 “한국 선수가 있는 팀을 꼭 이겨서 ‘다시 K리그로 돌아가야 하나’란 생각을 하게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울산은 17일 홈에서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청두 룽청(중국)과 맞붙는다. 김영권(울산)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0년 서정원 당시 코치와 사제 관계를 맺은 바 있다. 김영권은 “제자로서 서 감독이 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설레면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ACLE 하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2(ACL2)에 나서는 포항은 오는 18일 빠툼 유나이티드(태국)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지난해 ACLE 리그 스테이지 탈락의 실패를 바탕으로 ACL2에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이날 함께 참석한 김인성에게 기대를 걸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