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은 “보완수사는 검찰의 의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검찰 조직을 대표해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 조직을 이끄는 노 대행이 여당의 검찰개혁 ‘속도전’에 반기를 들면서 향후 당정대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노 대행은 전날 부산에서 열린 제32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한 뒤 부산고검·지검을 격려차 방문한 자리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에는 현재 상황에서, 미래에는 미래 상황에서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의무를 다하자”고 덧붙였다.
노 대행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수장 공백 상태인 검찰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행의 이번 발언은 현재 여권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검찰조직 차원에서 명확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직전까지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급)을 맡고 있던 노 대행은 이재명정부 첫 고위급 인사에서 ‘검찰 2인자’로 불리는 대검 차장(고검장급)으로 임명됐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노 대행의 이번 검찰개혁 관련 발언은 검찰 수뇌부에서는 처음 나온 것이다. 그동안 이재명정부 들어 임명된 검찰 고위직들은 검찰개혁 이슈와 관련해 침묵해 왔었다. 검찰 한 고위 간부는 “개혁의 내용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개혁 대상인 검찰이 조직적인 저항에 나선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어 가급적 의견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노 대행 발언을 계기로 검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 대행이 ‘검찰의 의무’라고 언급한 보완수사권은 여권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 개혁파는 검찰의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심각해진 검·경 간 ‘사건 핑퐁’으로 수사 지연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권은 오는 25일까지 검찰청을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을 우선 처리한 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 등은 후속 과제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