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국경을 넘습니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재일교포 2세 소프라노 전월선(66)이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오는 11월 19~2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 올리는 오페라 ‘더 라스트 퀸-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비’(이하 ‘더 라스트 퀸’)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밝혔다. ‘더 라스트 퀸’은 일본 황족 출신으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결혼한 이방자(1901~1989년) 여사의 삶과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월선은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한류가 인기를 얻는 동시에 혐한 발언도 나오던 시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이방자 여사가 떠올랐다. 정략결혼이었지만 황태자와 깊이 이해하고 사랑했다. 한일 양국이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재일교포로서 공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방자 여사는 1920년 일본에서 영친왕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1962년 남편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이듬해 귀국하자 함께 서울로 왔고, 197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국에 머물며 장애인 복지 사업에 헌신했다. 전월선은 ‘더 라스트 퀸’을 올리기 위해 10년간 한일 양국을 오가며 취재했다.
당시 이방자의 자필 편지와 영상 등 미공개 유물을 발굴한 그는 일본 작가 기노시타 노부코와 공동으로 대본을 완성했다. 음악은 한국 작곡가 손동훈과 류게츠가 한국과 일본의 리듬을 활용해 작곡했다.
‘더 라스트 퀸’은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전원설은 “일본 관객 반응이 궁금했는데 막상 공연을 올리니 상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고 회상했다. 초연 이후 NHK는 이방자 여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이후 작품은 1~2년마다 한 번씩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영친왕 등 한일 근대사를 깊이 알게 됐다는 일본 관객이 적지 않다”며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서울 무대에 꼭 올리고 싶었다”고 피력했다.
전월선은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돼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1980년 일본의 대표적 오페라단인 니키카이(二期會)에 입단해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일본 정식 국적이 아닌 조선적을 유지하던 1985년 북한 평양에서 공연했다. 199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듬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카르멘’의 주역을 맡으며 남북한 양쪽에서 공연한 성악가가 됐다. 그는 지난해 재일 한국인으로는 처음 일본 정부의 훈장을 받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