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한방 병원이 비급여 남용의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말기 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의학적 효과가 불분명한 ‘싸이모신알파1’ 등 면역증강제가 남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비급여 상세내역 조사’에 따르면 면역증강제로 알려진 싸이모신알파1의 사용 비중은 2022년 기준 요양병원이 6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방병원 18.3%, 1차 의원 11%, 병원 9.7% 등 순이었다. 이 같은 면역증강제를 처방받은 환자 대다수는 유방암, 위암 등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었다.
싸이모신알파1은 백신 접종 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급여 주사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00년 첫 국내 승인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시기(2020~2022년) 백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같은 시기에 복제약(제너릭)만 18개가 늘었다. 현재는 면역증진제뿐 아니라 항암치료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024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 결과’에서 “요양·한방 병원 중심으로 싸이모신알파1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싸이모신알파1의 약효가 불분명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7월 발표한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에서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근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싸이모신알파1의) 보조사용과 추가 투여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싸이모신알파1은) 학회에서도 권장·추천하지 않는다. 요양·한방 병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싸이모신알파1과 같은 면역증강제는 요양병원 건강보험 보장률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7.8%로, 전년 대비 3% 포인트 떨어졌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면역증강제 남용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