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 개정안에 재계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것을 입법화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4일 대통령실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오찬을 하면서 노란봉투법과 산업재해 근절 대책 등 노동계·재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측이 너무 부당하고 불리하게 된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에 ‘제가 보기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것을 입법화한 것뿐인데 그럴 일이 있겠느냐’고 설명하고 있지만 잘 안 믿는다”면서 “노동과 기업이 양립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불신도 많고 대화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에 반도체특별법 52시간제 토론을 할 때도 눈앞에서 얘기해도 안 믿더라”며 “분명히 동그란 것을 두고 한쪽은 세모라고 하고, 한쪽은 네모라고 싸우길래 동그라미를 보여줬는데도 ‘안 믿어요’라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거듭된 설명·설득에도 집단적 반발을 이어가는 재계를 향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친노동도, 친기업도 아닌 중립적 입장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요즘 산재와 체불임금 얘기를 많이 했더니 저보고 노동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있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요새는 기업인 접촉은 많이 하면서 노동자 조직은 한 번도 안 보지 않았나. 노동자가 보면 제가 기업 편을 든다고 하겠지만 제가 편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임금체불 문제나 산재 문제는 목숨과 삶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인데, 그것을 가지고 친노동이니 친기업이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의 지속적인 대화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회가 주도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양대 노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노총은 이 대통령에게 정년연장 및 주4.5일제 도입 논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고, 민주노총은 노동주권 보장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양극화 해소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최근 보안 사고가 발생한 통신사와 금융사를 거론하며 “보안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관련 조치를 신속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노동자와 일반 국민의 인공지능(AI) 활용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특목고를 지방에 많이 지으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연계 방안 마련을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