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은 둥펑, 조연엔 괌 킬러… 한·미·일 겨냥 엄포용 무대 연출

입력 2025-09-04 18:46 수정 2025-09-04 18:49
중국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5C와 DF-26D(아래 사진). AP·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둥펑)-5C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행진 구성이 아니라 한·미·일 동맹 세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된 무대 연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렬 제일 앞에 핵전력인 DF-5C를 배치해 미국을 압박하고, 기존 재래식 무기로 한·일은 물론 대만까지 견제하겠다는 ‘이중 억제’ 전략 구도를 열병식에서 구현했다는 평가다.

군사 전문가들은 4일 이번 열병식에서 DF-5C의 깜짝 등장은 신무기 과시보다 전략 신호 발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진단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접근하는 미군을 겨냥해 위협 능력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DF-5C 선전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양안 분쟁 발생 시 개입하면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 중국은 3일 열병식에서 DF-5C를 전면에 앞세우고 DF-26D와 JL-3으로 대표되는 기존 핵심 무기를 주변에 배치했다. 이 같은 무기 배치는 한·미·일 동맹 세력과 함께 대만까지 견제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의도된 전략 신호로 평가된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다탄두(MIRV) ICBM인 DF-5C는 주연급 존재감을 발휘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DF-5C를 두고 “최장 사거리가 2만㎞ 이상”이라며 “전 지구가 사정권”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는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노골적 메시지다. DF-5C의 전면 배치는 양안 분쟁 발생 시 개입하면 미국 본토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 사인인 셈이다. 중국은 이미 DF 계열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인 DF-15, DF-16, DF-2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강화한 DF-5C는 철저히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무기다.

DF-5C를 둘러싼 무기 배치에도 전략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중국은 DF-5C 주변에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인 DF-26D 등 재래식 무기 전력을 배치했다. 핵·재래식 겸용으로 운용되는 DF-26D의 사거리는 약 4000㎞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과 괌을 모두 사정권에 둔다. DF-5C가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면 이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YJ 계열의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은 한·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F-5C가 미국 본토 타격 용도로 억제력 최종병기이자 핵심 주연이라면 괌 킬러 등 주변에 배치한 기존 무기는 실질적 전력이자 지역억제 수단인 조연으로 볼 수 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북·중·러 공산주의 진영의 중심임을 과시하면서 한·일동맹에는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순항미사일인 CJ-20A, 미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잉지(YJ)-21 미사일 등 YJ 계열 미사일도 등장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JL)-3으로 대표되는 해상전력과 젠(J)-20S, J-35A 등 차세대 전투기도 과시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핵전력 3위일체’로 불리는 ICBM SLBM 공중 발사체를 모두 공개했다. 한 전력이 타격받더라도 보복 능력은 또 다른 축으로 유지된다는 걸 과시한 것이다. 동시에 핵·재래식 양면에서 미국과 균형을 이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했다는 평가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는 “확실한 보복 능력과 진정한 억제력을 갖췄다는 선언”이라며 “동등한 수준의 핵 억제 구조를 확보했으니 ‘미국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