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용기를 기다려요” 조혈모세포 기증 프로젝트

입력 2025-09-05 03:07
방송인 김나영씨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모습. 김나영씨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방송인 김나영씨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실천한 사실을 알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앞서 지난 3월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이남호씨도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사례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관심이 적극적인 기증 실천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10년을 기다려 받은 행운의 편지’라는 브이로그를 올려 “10년 전 기증자로 등록했는데 최근 유전자 일치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평생 단 한 번뿐인 기회”라고 말했다.

그가 ‘평생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라고 말한 건 조혈모세포 조직 적합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부모·자식은 약 5%, 형제자매도 25% 남짓에 불과하며 타인의 경우 수천·수만 명 중 단 한 명만 일치할 정도로 희박하다.

적합률이 일치해도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대영 분당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증 과정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두려움 때문에 기증 동의율은 6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남호씨가 소셜미디어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진행 중인 '용기를 주세요' 프로젝트. 이남호씨 제공

조혈모세포 기증을 직접 경험했던 이씨도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소셜미디어에서 ‘용기를 주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증자를 찾지 못해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각자 자기 주변 지인 10명의 기증 등록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이식 대기 환자는 6994명이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기까지 평균 6년이 걸린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국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증자의 초기 검사비는 국가가 지원하는데, 2016년 이후 예산이 늘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기증 등록을 하려 했다가 헌혈의 집에서 ‘예산 소진’으로 내년에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정부 지원이 기증자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나영씨 기증과 같은 사례를 통해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한국교회도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