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K컬처가 기회일 수도 있지만 이미 정점에 올라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한국 문화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 장관은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31일 취임 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청취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안일하게 우리가 축제와 잔치에 묻혀 있다면 머지않아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대표적 사례로 영화 산업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국내에서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영화가 20편도 제작이 안 된다”며 “영화인들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연 인프라 부족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일본에 1만석 이상의 실내공연장이 34개 있지만 한국은 고작 8개에 불과하고, 4만석 이상의 돔 경기장도 일본은 5개인데 우리는 하나도 없다”며 “한류 팬들이 K팝의 성지인 한국에 와서 공연을 못 보고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K컬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대책기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K컬처를 성장시키기 위해 범부처적으로 해야 할 큰 프로젝트가 많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 상당 부분 진전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제도를 고치고, 필요한 곳에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장관은 “문체부 산하 국내외 공조직을 더 효율화하고 역할이 중첩되지 않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며 “1.3%대에 머무는 문화재정 예산이 빨리 2.0%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