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주민 동행하는 돌봄 허브 되려면 목회관 돌아봐야”

입력 2025-09-05 03:00
2025 국민미션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국일 장로회신학대 은퇴교수, 김형근 순복음금정교회 목사,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 두 번째 줄 왼쪽부터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 임병선 용인제일교회 목사, 이기일 전 보건복지부 차관,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정진 4611마인드랩 대표, 리스파 자베드 남광교회 전도사. 최현규 기자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돌봄의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동행’과 ‘목회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민일보(사장 김경호)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돌봄, 세상과 교회를 잇다’를 주제로 2025 국민미션포럼을 열고 교회의 돌봄사역을 위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포럼 2부에서는 한국일 장로회신학대 은퇴교수와 이기일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선교적 교회의 동행과 돌봄’ ‘한국교회는 어떻게 돌볼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각각 기조강연을 했다.

목회관 변화를 강조한 한 교수는 “동행을 통한 돌봄을 위해선 교회를 넘어 지역으로 먼저 다가서는 ‘교회 밖으로 향하는 목회관’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3P 이론’을 들어 목회관 변화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철학(Philosophy)과 원리(Principle)가 먼저 바뀔 때 (돌봄) 프로그램(Program)은 따라온다”며 “목사가 변해야 교회가 변한다. 지역사회를 품는 목회자가 될 때 교회도 지역에서 설 자리를 얻을 수 있고 주민과 동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단절된 신앙’을 경계하라는 주문도 했다. 한 교수는 “‘교회로 들어와야만 구원이 있다’는 방주적 교회론, 세상은 속되고 교회만 거룩하다는 성속 분리 사고, 교회 건물 안으로만 향하려는 신앙 등에 묶여선 안 된다”고 전했다.

규모가 작아 돌봄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교회를 위한 조언도 했다. 그는 “마가복음 6장 38절에 나오는 ‘너희에게 떡 몇 개나 있는지 가서 보라’는 메시지는 교회 규모가 작아도 이미 가진 역량을 확인한 뒤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은 한국교회가 초저출생·초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돌봄 허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돌봄정책의 핵심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로 규정한 이 전 차관은 “전국에 있는 교회는 이를 실현할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정든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새로운 정책 방향이다.

이 전 차관은 통합 재가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교회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옥수중앙교회가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을 하는데, 우유가 쌓여 있으면 안부를 확인하는 작은 시스템이 고독사를 막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규삼(충현교회) 임병선(용인제일교회) 허요환(안산제일교회) 목사와 기조강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돌봄이 교회의 본질이며 세상과 교회를 잇는 연결고리”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 목사는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면 돌봄과 섬김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운을 뗐다. 허 목사는 “작은 교회들에 희망이 있다는 한 교수님의 말씀에 공감한다”며 “교회도 정부·지자체와 발맞추며 통합 돌봄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교회 공간 활용과 종교 편향 우려에 대한 질문에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교회가 지역사회 필요를 채우는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운영 사례처럼 교회가 이미 많은 돌봄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청중 질의도 이어졌다. 장애인 돌봄정책에 대한 질문에 이 전 차관은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통합 돌봄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24시간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패널토의에서 사회를 맡은 임 목사는 “‘십리 프로젝트’를 통해 교회 반경 4.5㎞ 안에서 자살, 결식, 난방비 미납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긴급 지원 체계를 만들었다. 교회가 사회 안전망이 됐다”고 밝혔다.


장창일 손동준 김용현 이현성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