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 참모 대거 대동… 中 경제협력 채널 복원 시도

입력 2025-09-04 18:41 수정 2025-09-04 19:53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 때 과거와 달리 군부 라인 대신 경제 라인 핵심 참모들을 대거 대동한 것으로 4일 파악됐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과정에서 약해졌던 북·중 관계를 경제 분야에서부터 복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방중 수행단에는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며 경제 관련 행보에 자주 동행하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포함됐다. 당의 경제부장을 겸임하는 김덕훈 경제담당 비서도 포착됐다. 그는 지난해 홍수 피해에 대한 문책으로 내각총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전담하는 등 북한 경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당의 재정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금고지기’인 김용수 재정경리부장도 목격됐다.

외교 및 대내외 선전을 위한 수행원도 대거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주요 외교 행사에서 빠지지 않았던 최선희 외무상은 이번에도 지근거리 수행원 역할을 맡았다. 중국통으로 불리는 김성남 국제부장과 김여정, 현송월, 김병호 등 선전선동부 인원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김 위원장 방중 과정을 대내외에 신속히 알리는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 중계나 보도 사진에서는 국방성이나 인민군 고위 인사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가장 최근 방중인 2019년 1월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수행원은 김영철·리수용·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현 국방상) 등이었다. 경제 분야보다는 외교·국방 분야 수행원이 주를 이뤘다.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때도 최 외무상을 비롯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오수용·박태성 당 중앙위 비서, 김광혁 공군사령관 등 국방 분야 인사가 대거 투입됐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서 경제 협력 채널 복원을 시도하기 위해 경제 참모를 대거 대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에 치중하며 밀렸던 대중 관계를 회복하는 시작점을 경제 파트로 삼은 셈이다.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며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북한이 군사기술 교류 등 안보 협력은 러시아와, 경제·무역 협력은 중국과 진행하는 ‘안러경중’ 투트랙 외교 전략을 취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러시아와는 군사적으로 밀착한 관계이고 중국과는 경제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