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시즌2’ 오나… 필수의료·지역의사법 놓고 파열음

입력 2025-09-05 02:05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대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과 지역의사 양성법을 9월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의료계가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사들은 직업 및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제2의 의·정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 대통령실은 4일 국회에서 ‘보건복지 당정협의’를 갖고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과 ‘지역의사 양성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다. 협의에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정은경 복지부 장관,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필수의료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와 관련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역의사 양성법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고 학비를 전액 지급하되,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정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이탈했던 전공의들이 지난 1일 대거 복귀했음에도 필수의료 과목의 복귀율은 낮았던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소아과 등의 지방수련병원 복귀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자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설익은’ 법안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반감을 표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계 내지 사회 전체적으로 제대로 논의된 법안이 아니다”며 “지난 정부같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정책 입안이 진행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또 다른 의·정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료계가 특히 반발하는 지점은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힌 의사의 의무복무 규정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법안에는 공공의료기관 등 의무복무기관에서 10년간 복무하게 돼 있다. 의료계는 해당 조항이 의사들의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이지민 수석전문위원도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의무복무를 전제로 하는 법안 외에도 자발적 계약을 통해 지역근무를 유인하도록 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도 발의돼 있으므로 지역의사제 도입 여부 및 그 방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지역의사의 의무복무를 규정한 유사한 법안이 추진됐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김영선 이정헌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