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이 3년 2개월 만에 정규 2집 ‘아임 히어로2’로 돌아와 방송과 음원을 동시에 장악하며 ‘히어로 파워’를 증명하고 있다. 긴 공백에도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넘어, 음악적 성장과 압도적인 성과로 대중음악계에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줬다.
발매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전국 CGV 청음회는 5만석 규모의 좌석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며 ‘피켓팅’(피가 튀는 치열한 티켓팅)을 방불케 했다. 국내 음원 발매 전 청음 이벤트 가운데 최대 규모 기록이다. 시간대별로 여러 차례 진행된 청음회에서는 2집 전곡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고,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현장 열기를 더했다.
정규 2집은 타이틀곡 ‘순간을 영원처럼’을 비롯해 11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외에도 ‘답장을 보낸 지’ ‘얼씨구’ ‘비가 와서’ ‘우리에게 안녕’ 등이 줄줄이 차트에 진입하며 ‘전곡의 타이틀화’라는 평가를 얻었다. 발라드와 트로트, 시티팝 등 장르를 아우르며 10·20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공감을 끌어냈다. 임영웅은 ‘비가 와서’ 등 일부 곡의 작사·작곡에 직접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로이킴·파테코 등 뮤지션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앨범은 발매 직후 주요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특히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선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사흘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성과는 방송으로 이어졌다. SBS ‘섬총각 영웅’은 2주 연속 화요 예능 1위를 차지했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된 ‘섬총각 영웅’은 임영웅과 ‘찐친’들이 도심에서 벗어나 섬마을에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즐기는 무계획 힐링 예능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은 2049 시청률 1.3%, 수도권 시청률 4.9%, 분당 최고 시청률 6.1%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임영웅과 친구들 특집’은 임영웅이 직접 출연진 섭외와 선곡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노브레인의 이성우·전종혁, 가수 이적 등이 무대에 올라 임영웅의 곡을 재해석했다. 시청률은 전국 6.8%, 수도권 6.2%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임영웅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자 방송가에서는 ‘임영웅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방송사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도 ‘임영웅 독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KBS는 ‘불후의 명곡’에서 임영웅의 신곡 ‘순간을 영원처럼’ 무대를 최초 공개하면서, 이번 특집만큼은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본 방송으로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웨이브는 같은 시간대 임영웅 특집을 단독 실시간 송출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전국투어 역시 매진 행렬이다. 10월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대구·서울, 12월 광주, 2026년 1월 대전·서울, 2월 부산까지 예정된 투어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일 진행된 대구 공연 예매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앞서 인천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공연장은 주변 숙박·교통 예약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임영웅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10월 전국투어와 더불어 JTBC ‘뭉쳐야 산다4’에 축구 감독으로 합류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또한 오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과 대구FC 경기에서는 시축자로 나선다.
전문가들은 임영웅의 지속적인 열풍이 강력한 팬덤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미스터트롯 이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팬덤 문화가 형성됐고, 임영웅은 그 중심에 서 있다”며 “어덜트 컨템퍼러리 음악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국내 가요계에서 임영웅이 새로운 소비층과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년층 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영웅시대’(팬덤명)는 지역 단위의 활동, 일사불란한 응원, 철저한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방송가와 음악 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임영웅 팬덤은 단순한 팬-스타 관계를 넘어 일종의 삶의 의미를 부여받은 공동체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팬덤의 존재가 임영웅의 방송 출연만으로도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