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명물 노면전차 ‘푸니쿨라’ 탈선… 16명 사망, 한국인 1명 등 20여명 부상

입력 2025-09-04 18:55 수정 2025-09-05 00:09
포르투갈 리스본 도심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노면전차 '푸니쿨라' 탈선 사고 현장에서 3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객차 안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3일(현지시간) 유선 트램(노면전차) ‘푸니쿨라’ 탈선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1명을 포함한 20여명이 다쳤다.

포르투갈 SIC방송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6시15분쯤 리스본 시내 글로리아 노선의 언덕 구간에서 발생했다. 노란색 트램 1대는 언덕길에서 빠른 속도로 하강해 건물과 충돌했다. 목격자는 SIC방송에 “트램이 전속력으로 내려가 건물과 강하게 충돌했다. 객차는 골판지 상자처럼 찌그러졌다”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5명 중 1명은 치료받던 중 숨졌다. 이에 따라 사고 당일 15명으로 집계됐던 사망자는 4일 오전까지 16명으로 늘었다. 카를루스 모에다스 리스본 시장은 “우리 도시에는 비극적인 날”이라며 “사고를 수습하는 대원과 사망자 유가족에게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IC방송은 “부상자 중 1명은 한국인 여성”이라고 전했다.

푸니쿨라는 리스본 시내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유선 트램으로 시민의 교통수단인 동시에 외국인도 이용하는 관광 명물이다. 푸니쿨라의 객차 1대에 40명 안팎이 탑승할 수 있으며 연간 350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포르투갈 정부는 140여년 역사를 지닌 푸니쿨라를 2002년 국가기념물로 지정했다.

사고가 난 글로리아 노선은 리스본 중심가의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부터 바이루알투 언덕 상단 전망대까지 왕래하는 구간으로 1885년 개통됐다. 2018년에도 이 노선에서 트램 1대가 바퀴 정비 부실에 따른 탈선 사고를 냈지만 당시에는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정부는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사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사고 원인이 조속하게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엑스에 “유명한 글로리아 노선 트램의 탈선 사고 소식을 듣고 매우 슬펐다”며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