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기원전 고대 이집트 왕들이나 중국 진시황의 영생불사 노력은 눈물겹다. 한때 불로장생의 믿음을 준 도구는 금과 피였다. 중국의 여제 측천무후는 아침저녁으로 금가루를 섭취했다. 중세 유럽에선 젊은이의 피를 1~2온스 빨아 마시는 게 장수 비법으로 소개됐다. 명나라 황제 가정제는 궁녀들의 생리혈을 마시면 늙지 않는다고 믿었다. 1920년대엔 원숭이 고환 이식, 정관 수술이 회춘 수술로 유행했다.
21세기 들어 생명공학·의학의 발전은 장수를 더 이상 속설과 신에 의존하지 않게끔 했다. 2016년 생명공학기업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후원 아래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신약 개발에 나섰다. 스타트업 알토스랩은 세포의 노화를 되돌려 사람을 다시 젊게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베이조스 등으로부터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운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컴퓨터칩을 연결, 인류를 영생으로 이끄는 게 목표다. 넷플릭스 다큐 ‘브라이언 존슨: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는 노화를 거부하고 수명을 연장하려는 억만장자 존슨의 도전을 담았다. 하루에 111개의 영양제를 복용하고 회춘 프로그램에 연 200만 달러를 투자한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명 연장 대화가 화제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대화였다. “생명공학은 발전하고 있다” “장기 이식으로 인간이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불멸도 가능하다” “금세기엔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말이 오고갔다. 이들과 나란히 서 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동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귀가 솔깃했을 것이다. 이들도 인간이기에 장수에 대한 염원에 토를 달 일은 아니다. 다만 권위주의 리더들이 과학의 힘을 빌려 더 오래 철권을 휘두르는 건 인류에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가 될 게 분명해 보인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