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 고시 개정안을 보며

입력 2025-09-06 00:37

장신대 총신대 서울신대 침신대는 빠졌고, 대전신대가 남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을 대표하는 총신대와 장신대는 물론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서울신대와 기독교한국침례회의 침신대는 제외된 것이고,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감신대는 유지됐다. 예장통합 안에서도 장신대 서울신대 영남신대 한일장신대는 빼버렸고, 대전신대만 남긴 의미를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목회자와 사역자를 양성하는 신학대 대부분이 불분명한 기준으로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법인 지정 고시’에서 탈락한 개정안을 국민일보 더미션이 지난달 29일자로 보도했다. 보도 직후 교육부는 자료를 냈다. 기사를 두고 교육부가 당일 저녁 곧바로 자료를 내어 그간의 추진 사항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교육부는 2008년 관련 고시 제정 이후 총신대를 비롯한 신학대들이 신학과 이외의 다수 학과를 신설하는 등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위한 학교에서 달라졌기에 개정안을 통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월부터 종교계 대학 학교법인 전수 조사 및 자료 요청, 법인 자료와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 대조 확인, 지정 고시 일부 개정안 마련 및 행정예고에 착수한 경위를 설명했다.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위한 종교학 위주로 학과가 구성돼야 지정을 유지한다는 설명을 강조했다.

신학대들은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지정 고시에서 탈락하면 당장 교단에서 추천하던 이사회 구성원 절반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교단과 상관없는 외부 인사, 심지어 이단마저 진출할 수 있기에 교단 신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직감했다.

2008년 사립학교법 개정 이후 당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학교들의 특수성을 인정해 종교지도자 양성을 위한 법인을 별도 지정했는데 17년 만에 이를 제외하려는 건 그런 안전장치마저 풀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안 그래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교원 임용과 학사 운영 자율성을 침해받는 상황에서 이사회까지 흔들리면 신학대가 유지해 온 기독교 정체성의 근간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장신대는 신학과 기독교교육과 교회음악학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신학과만 종교학으로 인정하고, 기독교교육과는 인문교육, 교회음악학과는 기타음악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종교학만이 아니기에 지정 고시에서 탈락시켰다고 교육부는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장신대는 “종교교사를 배출하는 기독교교육과와 예배 사역을 담당하는 교회음악학과 역시 신학교 정체성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장신대는 심지어 “A대 신학대학원 교역학과를 ‘무역·유통학’으로 잘못 분류하는 등 KEDI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신대원 교역학과는 교회에서 사역하는 이들을 위한 교역학(敎役學)이다. 무역을 공부하는 교역학(交易學)이 아니다.

국민일보 종교부 보도 이후 정부 측은 고시 개정안 철회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17년 만에 야심차게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법인들을 절반으로 축소하려 했으나, 신학교 특수성에 대한 이해 노력 자체가 부족했고, 행정사항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 본보 보도 이후 역시 지정 제외된 불교계 중앙승가대 역시 이의 신청 사실을 밝혔다. 스님들을 양성하며 사회복지학 전공을 개설한 것을 지적받았다고 했다.

물론 교육부가 개정안을 철회한다고 해서 신학교들이 처한 학령인구 감소, 목회 지원율 하락, 신학교 통폐합 등의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신학교 정체성을 흔드는 개정안이 행정예고될 때까지 사전 대처하지 못하고 깜깜이로 지내온 현실 인식에 대한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역할을 하는 교역이 아니고, 교육 당국과 적극적으로 사귀며 의견을 주고받는 교역이 필요할 것이다.

우성규 종교부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