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3 운전면허까지 지원하는 교육교부금 행정의 민낯

입력 2025-09-05 01:10
운전면허시험장 기능 코스에서 수험자들이 주행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운전면허·어학·한국사능력검정 등 자격증 취득 비용을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애초 실업계고만 시행하던 걸 모든 학교로 확대했는데, 예산만 372억원에 달한다.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의 80%는 운전면허를 선택했다. 이에 교사단체는 “이미 청년층 운전면허 지원 예산이 따로 있는데 고3까지 확대하는 것은 낭비”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담임교사 행정 부담을 키우면서도 입시나 취업과 직접 관련 없어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성 사업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이유다.

이 사례는 수많은 혈세 낭비 행태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간 일선 교육청들은 교육 교부금이 남아돌자 용돈을 주는 것도 모자라 태블릿PC를 무분별하게 나눠주는 일이 잇따랐다. 고장률이 평균의 5배에 달하는 특정 제품을 대량 구매하고도 후속 연도에 추가 보급하거나 구입한 태블릿 PC를 창고에 쌓아 놓는 촌극도 벌어졌다. 남는 예산을 선심성 사업에 쏟아붓는 방만 행정의 민낯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자평하면서 정작 70조원에 달하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의 근본 구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교육교부금으로 배정하는 현 제도 때문에, 최근 5년 사이 학령인구는 30만명 이상 줄었는데도 교부금은 연간 15조원 가까이 늘어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교육세 배분 구조 개편을 통해 내년 교육교부금을 6000억원 줄였다고 하지만, 이는 70조원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분배 비율을 조금 손질한다고 교육청의 방만한 집행 행태가 달라질 리 없다. 세금 낭비 행태를 조세포탈범 수준으로 처벌해야 할 판이다. 혈세가 청소년 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고 인기 정책에 동원되어선 더 이상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