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은폐·책임 회피 수단 이중화법 문제 해부

입력 2025-09-05 00:07

이중화법(더블스피크·doublespeak)은 사실과 진실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포장해 책임을 회피하는 말이다. 정당한 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하는 행위를 ‘정부 탈 안정화’라고 표현하고, 거짓말을 ‘효력을 잃은 발언’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저자는 “이중화법은 소통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소통을 거부하는 말이자 우리의 현실 인식을 바꾸고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기 위해 고안된 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중화법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부드럽거나 긍정적인 단어를 통해 불편한 현실을 가리는 ‘완곡어법’, 특정 전문 집단에서 주로 쓰는 말을 사용해 외부인을 배제하는 ‘전문용어’, 장황하고 난해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적 용어’, 의미를 과장하는 ‘부풀리기’ 등이다. 저자는 “우리는 언어의 비판적 소비자가 돼야 한다”면서 “허술하고 결함 있는 언어를 만나면 고장 난 가전제품을 반품하듯이 돌려주고 ‘제대로 된 언어, 명료한 언어’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1989년에 출간돼 ‘더블스피크’라는 개념이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책이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