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문 기자인 린 피플스는 미국 아칸소주에 있는 지하 벙커에서 열흘을 보낸다. 냉전 시대 미사일 격납고를 개조한 휴양 시설이다. 태양과 시계,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일상에서 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자신의 생체시계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열흘 동안 최소한의 빛과 함께 생활하며 신체의 생리적 리듬을 측정하고 하루 루틴과 기분, 인지능력 등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생체시계는 극단적으로 엉망이 됐다. 수면 주기와 심박 수와 체온의 변화 등 모든 생체리듬이 제각각 움직였다. 모든 것은 태양의 빛과 유리된 삶이 원인이었다. 피플스는 “현대사회가 생체시계에 가하는 공격은 지하실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생체시계와 반대로 삶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피플스는 수많은 전문가 인터뷰와 현장 연구를 병행하면서 우리 몸의 작은 시계들이 삶의 곳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체리듬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망가지는지, 무너진 리듬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를 파헤친다.
우리 몸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계가 있다.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생체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체시계는 하루 주기로 움직이는 태양의 규칙적인 운동에 적응하며 동기화돼 있다. 낮에는 태양의 밝은 청백색 빛이, 밤에는 저녁노을이나 모닥불이 내는 은은한 호박색 빛이 우리의 생체시계를 맞춰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몸속 시계는 대략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만들어냈다.
생체시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대 초반이 돼서야 시작됐다. 생체시계는 대뇌에 존재하는 ‘중추 시계’와 간, 췌장, 심장 등 온몸 각 기관에 분포한 ‘말초 시계’로 나뉜다. 빛의 신호에 반응하는 중추 시계와 달리 말초 시계는 각기 다른 다양한 신호로 조정된다. 생체 시계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지휘자 역할을 맡은 중추 시계와 오케스트라 단원인 말초 시계의 협력이 없다면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없다. 대개 중추 시계는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다른 생물학적 이점이 있을 때는 말초 시계에도 단독 행동을 허락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간의 시계는 음식이 들어오는 시간을 지켜보고, 골격근의 시계는 우리가 운동하는 시간을 기록한다. 우리의 생체시계는 꼼꼼하다. 우리가 배설 욕구를 느끼지 않고 푹 잘 수 있도록 밤사이 신장의 소변 생성 속도를 늦추고 방광의 저장 용량을 늘리기도 한다.
우리의 생체시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태양의 빛과 멀어진 때와 일치한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햇빛보다는 전등으로 가득 찬 실내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사실상 온종일 희미한 땅거미 속에서 머무는 셈”이라며 “전기조명이 등장한 지 150년, 진화의 역사에서 찰나에 불과한 그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의 일주기 신호와 결별했다”고 말한다.
‘밝은 척하는’ 인공조명은 ‘어두운 낮’과 함께 ‘너무 밝은 밤’도 만들었다. 가로등과 광고판은 도시의 밤하늘을 앗아갔다. 사실상 밤과 낮의 구분이 없어진 것이다. 낮 동안의 태양 빛 노출 부족과 야간의 빛 노출 과다는 우울 장애 등 정신 질환과 수면 방해 등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셀 수 없이 많이 있다.
생체시계의 또 다른 교란자들도 있다. 저자는 카페인과 알코올에 주목한다. 보통 카페인은 체내에서 50%가 줄어드는 데에도 5시간이 필요하다. 600㎖ 카푸치노에 든 카페인은 12시간이 지나도 혈류에 남아 수면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잠이 드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간의 시계와 뇌의 중추 시계를 어긋나게 하고, 일주기 리듬에 따른 호르몬의 분비와 심부 체온의 오르내림을 방해한다.
음식도 언제 먹는지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 인류는 오랜 기간 일출과 일몰 사이에 식사를 마쳤다. 현대사회에서 식사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늦은 식사는 중추 시계와 말초 시계의 시간을 어긋나게 만든다. 신체가 예상하는 식사 시간을 넘겨 음식물을 섭취하면 간에서 식사가 시작됐다는 신호를 보내도, 신장은 그 신호를 받지 못한다. 타이밍을 놓친 신장은 자는 동안 소변 생성을 정상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
저자가 지하 벙커에서 생활한 이후 발견한 중요한 것은 지하에서 나와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생체리듬은 정상을 찾아갔다는 점이다. 생체리듬은 얼마든지 리셋될 수 있다. 책의 미덕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언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주기 리듬을 관리하는 원칙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오전에 빛 보기다. 아침에는 되도록 알람 없이 일어나 먼저 햇빛 또는 그에 상응하는 빛을 20~30분 동안 쬔다. 해가 있는 동안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다. 둘째는 해가 지면 어둡게 하기다. 밤에는 디지털 화면이나 다른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셋째는 밝을 때 먹기다. 해가 있는 동안에만 열량을 섭취한다. 최소 취침 시간의 3시간 전까지만 먹는다.
저자는 일주기 리듬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고 만병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훨씬 더 건강하고 풍요롭고 현명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아름다운 푸른 별에서 우리와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의 양과 질은 위태로워졌다. 이제 모든 것을 다시 연결할 때가 왔다. 이제 우리 안의 생체시계를 재설정하고 회복할 시간이다.”
⊙ 세·줄·평 ★ ★ ★
·햇볕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가 필요하다
·생체 시계의 오묘함에 감탄하다
·조금은 장황한 편이다
·햇볕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가 필요하다
·생체 시계의 오묘함에 감탄하다
·조금은 장황한 편이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