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의결하면서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되게 됐지만, 일선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파업과 시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친(親)노동’ 기조를 보이는 현 정부 임기 초반 노동계가 ‘주 4.5일제’나 ‘정년 연장’ 등 관철을 위해 노란봉투법을 지렛대로 본격적인 ‘추투’(秋鬪·가을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현대자동차 노조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조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각각 국내 최대 자동차·조선 노조다.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는 건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두 노조 모두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가 각각 파업하는 4시간 동안 울산공장 5개 생산라인은 모두 멈췄다. 일평균 375대의 차를 생산하는 울산공장에서만 이날 하루 1500대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전주·아산공장 등에서도 모두 4시간씩 생산라인이 멈췄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 노조의 ‘6년 연속 무분규’ 기록은 깨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날부터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노조와 공동으로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특히 최근 HD현대가 한·미 조선협력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 대응 차원에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결정한 데 대해 합병에 따른 전환배치나 고용 불안 가능성을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내놓은 합병 자료 어디에도 고용 안정, 전환배치 대책은 없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도 자국민 기술자의 손과 숙련 없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어깃장을 놓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임단협을 염두에 두고 (사측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계열사 합병은 경영상 판단으로, 애초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데 노란봉투법에서 노동쟁의의 범위를 넓혀놓는 바람에 벌써 노조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GM노조도 이날 인천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국내 9개 직영서비스센터 매각 등에 반대하며 부분 파업에 나섰다.
비정규직·하청 노조의 원청 기업을 겨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7일 전·현직 회사 대표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는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현장에 민주노총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며 SK그룹 본사 앞 집회도 예고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원청 노조와의 ‘노노(勞勞) 갈등’이나 기업 이미지 악화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