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국가채무비율 현 49.1%→20년 뒤 100% 육박

입력 2025-09-04 00:04

기획재정부가 3일 발표한 ‘2025~2065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 49%대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년 뒤인 2065년 156.3%로 3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20년 뒤인 2045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7.3%로 1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가 전망한 2072년 173.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2060년 144.8%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대로는 비(非)기축통화국의 ‘마지노선’인 60%대를 돌파하며 재정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2045년 97.3%’와 ‘2065년 156.3%’는 모두 현재의 고령화·저성장 추세가 그대로 유지되는 ‘기준(중위중립)’ 시나리오를 가정한 전망치다. 만약 저출생 대책 등 인구 대응이 미흡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169.6%로, 경제성장률이 지금보다 더 낮아진 ‘성장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173.4%까지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하는 주요인은 저출생·고령화다. 206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6.6%로 올해의 20.3%에서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는 3591만명에서 1864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다.

앞으로 재정의 변수는 정부가 법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의 감축 여부다. 저출생·고령화로 사회보험급여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의무지출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지출이 매년 4.1%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올해 13.7%에서 2065년 23.3%까지 급증한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이미 4.1% 적자가 예상된다. 2065년엔 5.9%로 적자 폭이 더 커지며 재정준칙(GDP 대비 재정관리수지 -3% 이내)을 배 가까이 초과하게 된다. 의무지출 절감 규모에 따라 국가채무 비율은 105.4~138.7%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정부는 전망했다.

한국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감한 지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과 덴마크의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각각 33.5%, 31.1%였다. 두 국가는 1990년대 국가채무 비율이 60~70%대였지만 지출 감축, 증세 등을 통해 ‘지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선심성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고령화 기조가 쉽게 반전되기 어려워 이(기준 시나리오)조차도 낙관적인 수치”라며 “아동수당, 지방재정교부금 등 현금 복지와 불필요한 의무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