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짐승’은 끝없는 추측의 대상이었다. 특히 그 짐승에게 있다는 ‘표’와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올바르게 본다면 짐승은 매우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실 짐승 없이 구원 역사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 마지막 권에서 짐승(시프트)을 등장시켰다. 짐승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그의 백성을 박해하는 강력한 인간 왕국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 역사 전반에 걸쳐 나타나지만 특히 마지막 시대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짐승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규칙은 구약성경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다. 다니엘 7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한의 짐승과 다니엘의 꿈 사이의 유사점을 알아차린다. 다니엘은 꿈에서 네 짐승을 보았다. 사자와 같은 자(4절), 곰과 같은 자(5절), 표범과 같은 자(6절), 열 뿔이 있는 자, 그리고 “큰 말을 하는 입”이 있는 작은 뿔이 있는 자이다.(7~8절, 19절)
다니엘과 달리 요한이 본 건 하나의 짐승이다. 하지만 그건 다니엘의 네 짐승을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다니엘의 네 짐승은 “네 왕”(7:17)으로도 언급되는데 여기엔 그들이 다스리는 “나라들”(23~24절)도 포함된다. 따라서 다니엘서를 고려할 때 계시록 13장의 짐승은 강력한 나라, 즉 “보좌와 큰 권세”(2절)를 가진 나라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권세는 너무나 커서 “모든 족속과 백성과 언어와 나라”(7절)에까지 미친다. 원문의 문맥을 생각할 때 그것은 자연스럽게 로마제국을 암시한다.
다니엘의 작은 뿔처럼 짐승은 “거만하고 신성 모독적인 말을 하는 입을 받았다.”(계 13:5~6, 단 7:25) 짐승에게 권능을 준 고대의 용처럼 짐승은 하나님을 섬기기보다는 하나님이 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묘사한 ‘불법의 사람’과 매우 유사한 표현을 발견한다.(살후 2:1~12)
짐승은 하나님만이 아니라 그의 백성도 미워한다. 짐승은 “성도들과 싸워 이기도록 허락받았다.”(계 13:7, 단 7:21) 짐승과 그 추종자들은 폭력과 경제적 처벌이라는 위협을 통해 사람들을 거짓 예배로 몰아넣는다. 결국 저항하는 자들은 어린 양의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자들뿐이다.(8절) 이 짐승은 시민 정부의 목적을 완전히 뒤엎는다.(벧전 2:14, 롬 13:3~4) 악을 처벌하는 대신 악을 행하고 조장한다. 선을 행하고 우상 숭배를 거부하는 자들을 핍박한다. 어린 양은 가이사의 것만을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명령하지만 짐승은 하나님의 것까지도 다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명령한다.
짐승은 역사적으로 언제 나타났을까. 2000년 전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걸까. 아니면 말세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이나 세력일까. 답은 둘 다인 것 같다. 한편 바울이 묘사한 짐승, 즉 불법의 사람(아마도 한 개인)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과 우리가 그에게로 모이는 때”(살후 2:1) 등장한다. 따라서 이 짐승의 등장은 종말의 사건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2000년 전 바울은 “불법의 비밀이 이미 활동 중”(7절)이라고 했다. 요한도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아 지금은 마지막 때라 적그리스도가 오리라는 말을 너희가 들은 것과 같이 지금도 많은 적그리스도가 일어났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마지막 때인 줄 아노라.”(요일 2:18)
실질적으로 이는 역사 전반에 걸쳐 등장한 다양한 짐승의 화신을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 초기 교회에는 네로와 로마제국이, 20세기 러시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소련이, 현대 미국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미국 정부가 그 화신이 될 수 있다. 하나님 창조 질서인 결혼을 재정의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저 끔찍한 오버거펠 판결을 보라. 이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낸 로버츠 대법원장도 “우리가 도대체 누구라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가” 하고 되물을 정도였다.
이런 사실은 짐승의 형상이 정말로 마지막 존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부나 그 수장이 법적 또는 경제적 제재를 휘두르며 하나님께 불순종하도록 요구할 때마다 그들은 짐승이 되었고 우리는 저항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최후의 적그리스도는 뻔뻔스럽게도 “나는 하나님”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단지 모든 충성 요구, 즉 가족이나 교회, 혹은 하나님을 향한 충성을 국가에 대한 충성 아래로 종속시킴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그러니 경계해야 한다.
◇저스틴 딜리헤이는 미국 복음연합(TGC) 협력 편집자로 미국 테네시주 그레이스뱁티스트교회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