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3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대거 선보였다. 육·해·공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도 처음 공개했다. 서방에 대해 중국이 충분한 핵 억지력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둥펑(DF)-61을 처음 공개했다. DF-61은 기존 DF-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DF-41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사거리 1만4000㎞로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둔다. 고체연료 ICBM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필요한 액체연료보다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고 발사 전 탐지가 어렵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신형 DF-61이 기존 모델보다 더 빠른 설치와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액체연료 대륙간 전략핵미사일 DF-5C도 선보였다. 중국 군사전문가 양청쥔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DF-5C가 최대 사거리 2만㎞로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델은 기존 DF-5B보다 발사 시간이 단축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중국 전략 반격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타격 범위가 전 세계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 DF-26D 대함미사일도 새로 공개됐다. 최대 사거리 5000㎞로 괌 또는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대만 유사시 미 항공모함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중국은 전략적 핵 3축 체계를 구성하는 공중 발사 장거리미사일 징레이(JL)-1,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도 선보였다. JL-3은 사거리 1만㎞ 이상으로 최신형 핵잠수함에 탑재된다. 미 항모를 견제할 수 있는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잉지(YJ)-17도 등장했다.
초대형 무인잠수정(수중드론)과 인공지능(AI) 기반 스텔스 드론도 눈길을 끌었다. 무인잠수정 AJX002는 길이 약 15m로 장거리 정찰과 대잠수함 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종은 러시아의 ‘포세이돈’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병식장 상공에선 젠(J)-20S와 J-35A 등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비행했다. 2개 조종석을 갖춘 J-20S는 기존 모델보다 장시간 작전 수행을 할 수 있다.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신형 전자광학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페이훙(FH)-97 계열로 보이는 스텔스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로열 윙맨’으로 불리는 이 드론은 유인항공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방공망 교란 등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첨단 무기의 공개는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한 무력 과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 출신 드루 톰슨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미국, 유럽 등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