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오미(24위·일본)가 돌아왔다. 오랜 우울증과 공백을 딛고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4년여 만에 메이저대회 8강 무대에 올랐다.
오사카는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리는 US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카롤리나 무호바(13위·체코)와 맞붙는다. 그는 지난 2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코코 고프(3위·미국)를 1시간 4분 만에 2대 0(6-3 6-2)으로 완파하며 부활을 알렸다. 오사카가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건 2021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4년 만이다.
오사카는 한때 남녀 통틀어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다. 21세이던 2018년 US오픈에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를 꺾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4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2021년 오랜 우울증을 털어놨고, 순위에서 빠르게 밀려났다. 이후 임신과 출산으로 1년 넘게 코트를 떠났다가 지난해 1월 복귀했다.
그를 다시 코트로 불러낸 건 딸이다. 앞서 오사카는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뛰었던 것 같다. 이제는 딸을 위해 뛰고 딸이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귀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후보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여자 단식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제시카 페굴라(4위)와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둘은 지난해 결승전에서 맞붙었고, 사발렌카가 2-0으로 승리해 정상에 올랐다. 페굴라는 홈 코트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 테니스에서는 빅3 중 유일한 현역인 노바크 조코비치(7위·세르비아)가 3일 딸을 향해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코비치는 단식 8강에서 테일러 프리츠(4위·미국)를 3대 1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소다팝’ 춤을 선보인 뒤 “조만간 딸의 생일이어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딸이 직접 가르쳐준 춤”이라고 말했다.
통산 2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겨룬다. 조코비치는 대회 통산 14번째로 4강에 올라 이 부문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