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업무지시 수령’ 국무위원 수사 기준 전망

입력 2025-09-04 02:07
한덕수(왼쪽 사진)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에 대한 특검 수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수령·하달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내란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가담 및 방조 혐의로 최근 기소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이행했다는 점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봤다. 향후 특검의 다른 국무위원 수사에서 이 같은 판단이 혐의 여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후속 업무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재외공관을 통한 대외 관계 안정화’ 지시 문건을, 최 전 부총리는 선포 직후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예비비 확보’ ‘국회 관련 자금 차단’ 등 조치가 적힌 문건을 받았다.

두 사람의 대응은 윤 전 대통령 지시를 이행했거나 이행토록 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 한 전 총리와는 달랐다. 특검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대통령 지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문건을 대접견실 탁자에 놓고 자리를 떠났다. 또 조 전 장관은 계엄 선포를 위해 열렸던 국무회의 관련 문건에 서명하지 않고, 서명을 권유하는 한 전 총리에게 “서명을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도 계엄 국무회의 이후 문건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서명은 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한 전 총리의 말에 “내 할 일은 하겠지만, 나는 서명을 못 한다.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가야 한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다만 최 전 부총리는 해당 쪽지를 기재부 실무자에게 전달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보지도 않았다는 입장인데, 특검은 지시 하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혐의점이 가장 구체화된 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5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 전 장관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호출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지시 문건을 받았는지 등에 관해 특검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계엄 당일 오후 8시35분쯤 가장 먼저 대통령실에 도착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도 수사 대상이다.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계엄 반대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혔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서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건 조 전 장관, 최 전 부총리 두 사람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국무위원들에 대해 계엄 반대 의사 표시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구치소장 허가 없이 휴대전화를 반입해 건넨 의혹을 받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경찰에 고발하고 내부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신지호 양한주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