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계약 취소 급증… 의도적 집값 띄우기?

입력 2025-09-04 02:39
사진=윤웅 기자

이미 매매 계약이 끝난 서울 아파트 거래의 취소 사례가 올 상반기 들어 갑자기 급증했다. 매월 100여건 수준이던 거래 해제 건수는 지난 6월 1000건을 넘었다. 집값 상승기에 거래 해제 건수가 느는 경향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의도적 집값 띄우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실거래가 왜곡이 가능한 현행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도시연구소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해제 건수는 106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까지는 151건으로 그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2월(442건)부터 해제 건수가 폭증했다. 4월(497건)을 제외하면 상반기 내내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가 그려졌다.


전체 거래 대비 해제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내내 5% 미만이었던 계약 해제 비율은 지난 2월 6.6%를 기록한 이후 매달 증가해 5월엔 11.1%로 10%를 돌파했다. 신고가 거래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은 평균 36.5%로 치솟는다. 특히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서초구(66.1%), 강남구(52.8%), 용산구(49.4%), 마포구(48.7%), 종로구(48.4%), 광진구(46.2%), 송파구(45.0%), 양천구(42.9%) 순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 면적 183㎡는 지난 3월 14일 90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가 7월 18일 취소됐다. 그 사이 같은 면적 매물의 거래가는 계속 올랐다. 지난 6월 23일에는 11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해제 급증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크게 2가지를 지목한다. 지난 2~3월 이뤄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재지정과 6·27 대출 규제가 그것이다. 집값 급등 상황에서 규제가 시행되며 매매에 변수가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 상승기에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매도자나 대출에 문제가 생긴 매수자의 계약 해지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전자계약 건수가 증가하며 기존 종이 계약을 취소한 영향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시장 교란 목적으로 ‘가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가격이 급등했던 2월과 6월엔 거래 매물 10곳 중 4곳의 계약이 신고가 거래 후 해제됐다. 시장 교란 목적의 허위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가짜 거래량을 늘리고 평균 가격을 높이는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실거래가 제도의 허점을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래가의 근본적인 맹점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해약금을 주고받았는지 여부 등 정부가 이상 거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