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년2개월 만에 재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을 치하하며 “그들의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당신의 지도하에 당신의 군대가 우리의 새로운 조약에 따라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며 “그들은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 당신의 군대와 그들 가족의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푸틴이 언급한 ‘새로운 조약’은 지난해 6월 평양을 국빈방문해 김정은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말한다. 북·러 관계를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조약은 지난해 12월 발효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로 약 1만1000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푸틴은 김정은에게 “신나치주의자(우크라이나군)를 상대로 한 공동 투쟁에 동참해준 데 대해 러시아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한다”며 “양국은 신뢰할 수 있으며 우호적인 관계”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우리 군의 위업을 치하한 데 대해 특별한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하면서 북·러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하려는 듯 “우리 군은 (북·러) 조약의 틀 안에서 의무에 따라 형제 같은 러시아군과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파병 보상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은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 형식으로 1시간30분간 진행된 뒤 김정은과 푸틴의 일대일 회담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타스는 푸틴이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3시간30분) 다음으로 긴 시간(2시간30분)을 김정은과 대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과 푸틴은 우애도 재확인했다.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한 뒤 인민대회당에서 리셉션을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은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향하는 아우루스 리무진에 함께 탈 때 서로에게 상석을 양보했고 결국 푸틴이 앉았다.
회담 종료 후 김정은이 자신을 배웅하는 푸틴에게 “곧 뵙겠다”고 인사하자 푸틴은 “기다리겠다. 방문해 달라”며 모스크바 답방을 제안했다. 크렘린궁은 “김정은이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푸틴의 회담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지난해 6월 평양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