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어 콩마저 과잉 생산?… 가공업체 반발에 수입량도 못 줄여

입력 2025-09-04 00:27
전략 작물 논콩. 연합뉴스

정부가 쌀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문제가 된 품목은 전략작물 지원 품목 중 하나인 ‘논콩’이다. 쌀 대신 재배 면적을 늘린 논콩 생산이 급증하면서 ‘제 2의 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공급 과잉 우려에 콩 수입량을 줄였더니 이번엔 수입산 콩을 재료로 쓰는 가공업체들이 반발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논콩 과잉 재배 논란은 농식품부가 지난 7월 논콩 재배 면적 축소를 위해 생산자 단체와 협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재배 면적을 늘린 논콩이 2027년이면 과잉 생산되는 만큼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농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농민들이 ‘쌀 대신 전략작물을 재배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말을 바꾸는 거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됐다.

농민과의 논의가 여의치 않자 농식품부가 콩 수입량을 줄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했다. 올해 수입 물량을 지난해 대비 3만8000t 줄인 24만8000t으로 수정 고시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관할하는 수입량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부 등 콩을 원재료로 쓰는 제품 생산업체들이 반발했다. 수입 물량이 부족해질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콩 자급률은 38.6%에 불과하다.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 생산을 늘려 수입산을 대체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정부가 전략작물 지원 품목으로 지정한 논콩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국산 콩을 쓰더라도 주로 ‘밭콩’을 쓴다. 품종이 다른 탓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밭콩은 주로 ‘대원콩’ 품종을 쓰는데 논콩에 주로 쓰는 ‘선풍콩’과는 품종 특성이 다르다보니 업계에서 잘 안 쓰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국산 콩 가격이 비싼 점도 문제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국산 콩을 많이 쓰는 풀무원조차 원료 중 국산 콩 비중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CJ나 대상 등은 풀무원보다도 국산 콩 사용 비중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콩 도매 가격은 이날 기준 ㎏당 5785원인 반면 수입산 콩은 국영무역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 기준 ㎏당 1400원이다. 싼 제품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논콩 생산이 쌀 생산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생산 자체를 아예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설령 과잉공급이 된다고 해도 보관비 측면에서는 콩이 더 유리하다. 쌀 보관비는 하루에 t당 297.7원인 반면 콩은 t당 237.6원으로 60.1원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적정 생산 방안을 찾지 못하면 농식품부는 쌀과 콩 과잉 생산이란 ‘이중 과잉 생산’ 부담을 안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결 방안을 강구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