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 “내년 교섭 막막” 노란봉투법 호소

입력 2025-09-03 18:50 수정 2025-09-03 18:5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CH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정부와 경영계가 공식 석상에서 마주한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3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여파로 초래될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 임원(CHO)들도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 장관을 초청해 ‘주요 기업 CHO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정부와 경영계가 공식석상에서 마주한 건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삼성, SK, 현대차, LG, CJ 등 23개 기업 CHO들이 참여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은 개정됐지만 우리 기업은 당장 내년도 단체교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 다수 하청노조와의 교섭 여부, 교섭 안건 등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일자리를 지키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중요하다”며 “기업 우려를 잘 살펴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달라”고 김 장관에게 요청했다.

여권에서 제기되는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손 회장은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고용시장과 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충분한 노사 간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파업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의행위 대상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기업 CHO들은 다층적 구조로 이뤄진 원·하청 생태계에서 사용자성이 어디까지 인정될지, 자회사나 계열사 노조와도 교섭을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성토했다. 분할·합병, 사업장 이전, 해외투자 등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경우 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전했다.

정부는 6개월간의 법 시행 유예기간에 경영계와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관련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준비기간 동안 법 취지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개정법은 무분별한 교섭, 불법파업에 대한 용인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장관은 “개정법은 새로운 원·하청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시작점이며 성장과 격차의 해소 기제가 될 것”이라면서 “갈등·대립의 노사 관계를 참여·협력·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경영계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