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중·러 결속 강화, APEC 계기 긴장 완화 외교 노력 절실

입력 2025-09-04 01:30
사진=TASS연합뉴스

어제 중국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북·중·러 세 정상의 모습은 글로벌 신냉전 구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망루에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함께 지켜본 데 이어 별도의 양자 회담 등을 통해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66년 만이자 냉전 종식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반미 결속이자 한·미·일 협력에 대한 대항적 성격의 회동인 셈이다.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인류는 평화와 전쟁의 선택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들을 대거 공개하며 한껏 힘자랑을 했다.

세 정상의 회동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것은 향후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결 양상이 더욱 격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노골화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첨단무기 기술 제공 등으로 한층 긴밀해질 수 있고, 북·중 간 경제 협력 강화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한 중·러 간 밀착도 글로벌 안보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우리로선 이에 맞서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북·중·러 간 연대가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군사 및 경제 협력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게 아닌지 감시를 강화하고, 그럴 조짐이 있으면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전에 대결 구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남북 간에도 대화 시도 등을 통해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한국이 10월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점을 십분 활용해 회의에서 역내 긴장 완화를 적극 이끌어내야 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APEC 참석도 유력한 만큼 이들의 만남을 계기로 지금의 대결 구도를 대화 모드로 전환시켜 나가면 좋을 것이다. 현재로선 성사되기 쉽지 않겠으나,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만큼 그의 방한 때 판문점 등에서 북·미 또는 남·북·미 회동도 시도해봐야 한다. 2018년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봤듯 오히려 긴장이 잔뜩 고조됐을 때 대화가 더 잘 이뤄지는 역설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