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신학대학원대(합신신대원·총장 안상혁)가 내년 입학할 신입생 전원에게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양질의 신학생 모집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한국교회 신학교 입학정원 충원 문제 등 위기 속에서 안상혁(55) 총장은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진짜 소명을 가진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총장을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학교에서 만났다. 전액 장학금 지원은 어려운 시기 사역자로서의 첫발을 떼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진짜’ 목회자가 될 인재를 키워내려는 안 총장의 여러 시도 중 하나였다.
안 총장은 지난 2월 총장으로 취임한 후 일주일에 세 번 학교 기숙사에 머물며 학생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고 있다. 취임 당시 그는 모든 학생이 목회적 돌봄을 경험하고 졸업할 수 있도록 합신멘토링시스템(HMS)을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총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학생들 이야기였다. 그가 늘 들고 다니는 노란색 표지의 노트에는 그동안 면담한 각 학생의 상황과 고민, 기도 제목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학생들을 일대일로 만나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접하며 노트에 기록하는데 매번 울컥하게 된다”면서 “하나님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이들을 우리 학교로 불러주셨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1980년 11월 11일 개교한 합신신대원은 초대원장인 정암(正岩) 박윤선(1905~1988) 목사의 설립이념을 이어받아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을 교육이념으로 둔다. 학교의 설립이념은 개혁주의 신학 교육을 통해 그리스도 중심의 교회를 세우고 신앙과 윤리가 일치하는 경건한 생활을 한국교회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신학대가 마주한 한국교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밟으려는 학생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고 각 교회에서는 양질의 교육 전도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안 총장은 “이제 지역 교회가 직접 다음세대를 말씀으로 양육할 사역자를 발굴해야 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며 “학생 수 감소로 신학교 입학의 문턱이 낮아진 현실에서 입학생을 철저히 훈련시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역자로 양성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합신신대원은 내년 MDiv 등 일반 학위 과정 외에도 교회 내 직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리더신학원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합신바이블아카데미 등 비학위과정 학생도 모집한다. 커리큘럼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해 양질의 사역자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외연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학교는 이를 위해 교육환경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학생 생활관 개보수, 강의실 음향·미디어 설비, 와이파이 구축, 노후 상하수도 교체 등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9개 과제를 우선순위로 정하고 대부분을 완료했다. 필요한 재원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마련됐다. 익명의 청년이 애써 모은 3000만원을 후원했고 미국의 한 교회가 3만4000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안 총장이 집중하는 사역에는 ‘합신사랑 기도후원 약정 운동’이 있다. 학교 인준기관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 총회 산하 교회를 직접 찾아가 1만원 후원 약정을 맺고 교회의 기도 제목을 받으며 이를 매달 학내 기도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안 총장은 “지금까지 전국을 돌며 29개 교회를 찾았고 현장 목회자들의 눈물 어린 헌신과 사역 이야기, 기도 제목을 학생들과 공유했다”며 “후원교회는 신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학생은 목회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서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척교회에게도 큰 부담은 되지 않을 1만원 후원 약정을 통해 학교와 교회, 학생들의 유기적인 연대를 이끄는 일종의 상생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안 총장은 “총장의 방문이 교회에 부담이 돼선 안 되기에 추가 후원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례비도 일절 받지 않는다”며 “물질 후원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목회 현장의 고민과 목소리를 학생들과 공유하며 함께 기도하는 ‘기도 후원 공동체’를 만들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안 총장의 뜻에 공감한 선배 목회자와 동문도 후원금이나 신간 도서 등을 기증하며 물심양면으로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요즘, 어떤 목회자를 배출해야 할까. 어떤 신학교를 꿈꾸는지 묻는 말에 안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주님의 양 떼를 잘 먹이고 목양하는 사역자를 양성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목표입니다. 가공식품이 넘치는 세상에도 자연식을 찾는 이들이 있듯이 건강하고 순수한 신학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우리 학교가 생수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길 바랍니다.”
수원=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