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이단 피해자들 “규제법 제정하라” 국회서 외쳤다

입력 2025-09-04 03:00
진용식(오른쪽) 유대연 이사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이비종교규제법 제정 토론회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20년 넘게 빠져 있는 두 딸을 둔 아버지부터 통일교 지도부가 짝지어준 대로 생면부지의 한국 남자와 합동결혼식을 올린 후 고통의 나날을 겪은 일본 여성에 이르기까지 사이비종교단체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국회에서 사이비종교규제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단·사이비의 위법 사항을 조사해 엄벌하고 피해 구제를 돕는 법안을 마련해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다.

국제유사종교대책연합(유대연)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이비종교규제법 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치권 유착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는 통일교와 신천지는 물론 구원파, JMS, 하나님의교회 등 한국교회가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종교단체의 피해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각각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진용식 유대연 이사장은 “사이비종교는 단순 종교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인권, 공동체의 안전, 국가의 품격과 정치의 신뢰를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라며 “사이비종교규제법은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고 국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사이비종교를 규제하는 법과 제도가 이미 마련된 해외 현황도 공유됐다. 프랑스는 1995년 총리실 산하 감시기구를 설립해 170여개 단체를 사이비종교로 분류하고 심리적 지배, 경제적 착취, 가족 해체 등의 폐해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종교화합유지법을 통해 사회 분열이나 정치 개입을 시도하는 종교 단체에 대해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하고 있다.

유대연은 사이비종교를 사회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법·제도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해외 사례와 견주어 한국은 입법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대연은 성명에서 “사이비종교로 인한 심리적 지배, 강제 헌금, 가족 해체, 사회적 고립 등은 인권 침해이며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라며 “이 같은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대연은 사이비종교로 인한 피해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 산하에 독립적인 조사·대응위원회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피해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실질적인 회복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 법률 조언, 의료 도움, 수사 진행까지 연계되는 통합지원시스템 마련도 촉구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동참했다. 양부남 이용선(더불어민주당) 조배숙 김대식(국민의힘) 강경숙(조국혁신당) 의원실은 토론회를 공동 주관했고, 양부남 송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접 토론회 자리에 나와 지지 발언을 했다.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점점 많은 의원이 이 법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교계와 정부에 다리를 놓는 일을 감당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