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터널 끝이 보인다… 전기차 판매량 국내외 동시 반등

입력 2025-09-04 00:21

올해 들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다. 3년 연속 감소하던 한국 시장에서도 약 50% 늘며 급반등했다. 국내외 동시에 전기차 시장이 회복하면서 길었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다만 전기차 수요가 여전히 중국에 편향돼 있어 캐즘 극복을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량은 1102만900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856만2000대)보다 28.8% 증가했다. 판매량 ‘톱2’는 모두 중국 업체였다. BYD(비야디)가 18.6% 늘어난 219만6000대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리그룹은 113만4000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다. 다만 BYD는 점유율이 19.9%에서 18.6%로 줄고 급격한 외형 성장으로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에 지리그룹은 판매량을 전년 대비 70.3%나 끌어올리며 테슬라마저 제쳤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BYD와 테슬라가 전기차 왕좌를 두고 오랫동안 대결구도를 형성했었는데 지리그룹이 급부상하며 단숨에 테슬라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3위 테슬라는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누적 판매량 82만9000대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3.0% 감소했다. 특히 유럽에서 26.8% 급감했다. ‘머스크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주력 모델인 모델Y와 모델3의 부진도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35만4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7위에 올랐다.

다만 이 같은 성적표를 두고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극복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량의 62.9%가 중국 시장에 쏠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급형 전기차가 확대하면서 전체 전기차 판매량을 견인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별 수요 양극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며 “중저가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 여부가 향후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1만8047대로 집계됐다. 2022년 16만4324대, 2023년 16만2507대, 지난해 14만6734대로 3년 연속 감소하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7%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20만대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아이오닉9, 아이오닉6, EV3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차가 잇달아 출시된 게 영향을 미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BYD 등 가성비 전기차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 전기차 캐즘을 극복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신차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