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가 현실이 된 ‘노란봉투법’발 마스가 파업

입력 2025-09-04 01:20
HD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임협 난항으로 올해 7번째 부분 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이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집회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을 마친 지난달 야당 의원들은 국가 간 협상과 노란봉투법의 상충 문제를 제기했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에서 해외투자 등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노조도 국익 관점에서 (파업 여부를) 판단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총리 답변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D현대그룹이 관세협상의 성과인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 조선 계열사들의 합병을 발표한 직후 노조가 이에 반대하는 파업에 나섰다.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노조는 2일부터 4일까지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이유가 바로 지난달 27일 발표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결정이다. 노조는 “합병 관련 세부 자료와 고용 보장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동안 회사 합병은 경영 사항이어서 교섭이나 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노란봉투법에 명시된 것처럼 사측이 경영상 결정을 미리 알리지 않거나 함께 논의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줬다. 한·미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 프로젝트가 노란봉투법의 벽에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 부총리의 발언 외에도 정부·여당 내에선 “법을 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고치면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법의 부작용 최소화를 고려하면 무책임하고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마스가 관련 파업은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미국 조선업 부흥, 협력을 약속하고선 뒤에서는 이를 막는 파업을 가능하도록 했다”는 식의 비판이 나오면 뭐라 답할 건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을 얘기하며 “쇠뿔을 바로잡으려고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쇠뿔)과 한·미 협상(소) 간 관계에서도 통용될 비유다. 노조가 국익보다 ‘노익(勞益)’을 우선시한 만큼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노란봉투법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