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히 죽으려는 의도 없이 고의적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를 뜻하는 ‘비자살적 자해’가 10대 사이에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일탈 행위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결국 자살 고위험군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걸 여러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구조 요청 신호라고 할 수 있는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비자살적 자해 경험자들은 “죽을 생각은 없었다”지만 자해 행위가 자살과 분리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2020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비자살적 자해 경험이 있는 300여명을 분석한 논문에서는 “비자살적 자해와 습득된 자살 실행력은 자살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비자살적 자해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시도를 할 확률이 3.46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들의 자해는 학업 스트레스나 가족 내 갈등, 학교폭력, 아동기 학대나 방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아 훈계나 행동 제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자살적 자해 청소년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 만큼 스스로 털어놓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 병리적 문제를 보유한 경우가 많아 의료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살 의도가 보이지 않는 가벼운 상처라고 비자살적 자해를 10대들의 자기 과시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자살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들을 병원과 연계해 주는 등의 예방·치료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자해·자살 관련 유해 정보를 퍼트리는 SNS 등 온라인 공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탈처럼 보이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보듬고 헤아릴 수 있는,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