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회건축 기행은 내부 공간만 다루고자 한다. 교회 건물이 아니라 일반 건물에 임대해 사용 중인 예배 공간을 취재했다. 예배 처소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에 있는 76㎡(23평)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다. 퀘퀘하고 답답했던 이곳은 건축 디자인 덕분에 쾌적하고 아담한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이름은 ‘G283’. 주소인 28-3번지에서 땄다. ‘새롬창조 153 공동체’(주미라·김홍식 목사)가 이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지난달 28일 오후 이곳을 찾았다. 지도 앱을 사용해 도착한 곳은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2분 거리. 이런 곳에 예배당이 있겠나 싶었다. 그때 주황색 바탕에 G283이라고 씌어 있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일색인 계단을 내려가 초인종을 누르자 새롬창조 153 공동체의 공동대표 주미라 목사가 나왔다.
새롬창조 153 공동체는 말 그대로 공동체다. 말씀을 사모해 성경 강좌를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은 이들이 모인다. 성도 대부분 각자의 교회를 섬긴다. 성경을 가르치고 있는 공동대표 김홍식 목사도 서울 평화교회 담임이다. 공동체의 운영 등을 담당하는 주 목사는 자신을 의료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누가의료선교회 소속이면서 청소년선교단체 인투글로벌미니스트리에서 25년간 사역하고 있다. 공동체 예배 시간도 주일 오후 2시와 4시다. 예배와 성경 강좌가 진행된다.
주 목사는 “우리 예배 처소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사용된다”며 “영동 기독실업인회(CBMC) 청년들은 이곳에서 찬양 연습을 한다. 몇몇 크리스천 유튜버는 이곳에서 영상도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23평 반지하 공간에 감각을 입히다
공간은 3개로 구분된다. 예배 부속 친교 공간이다. 예배 공간과 부속 공간은 실내에 있다. 두 곳은 바닥 재질로 구분된다. 목재로 만들어진 2개의 무대가 본래의 바닥 위에 섬처럼 떠 있다. 그 사이에 자갈이 깔려 있고 무대와 무대 사이는 지하철 통풍구에 사용되는 철제 격자판으로 연결돼 있다. 이런 구조만으로도 이 좁은 장소는 감각적이며 창의적인 공간이 됐다. 건축가 김태현 tBD 대표가 이곳을 디자인했다.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도 조형적이다. 공간을 나누기 위해 대개는 벽체를 세운다. 그러나 이곳에 벽체를 세우면 좁은 공간이 더 좁아진다. 김 대표는 유리 벽 2개를 세우고 이를 여닫도록 만들었다. 벽은 두 방향으로 열린다. 한 방향으로 이어 붙이면 예배 공간과 부속 공간으로 나뉜다. 마주 열면 부속 공간이 둘로 갈라진다. 그렇게 되면 전체 공간은 3등분 된다. 또 부속 공간의 한 면을 거울로 붙여 공간감을 확장했다.
역으로 낮은 천장은 더 낮췄다. 이날 동석한 김 대표는 “반지하 공간의 낮은 천장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워 바닥을 올리는 방식으로 천장을 낮췄다”며 “천장이 낮으면 공간이 아늑하고 편안해진다”고 설명했다. 낮은 천장은 전시 공간을 위해서도 좋다. 실제로 이곳에선 청년 아티스트들을 위한 전시회도 열린다. 이를 위해 천장에 조명 레일을 깔아 조명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하도록 했다. 실내 벽면 전체를 무채색으로 페인팅해 분위기를 가라앉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무채색 배경에 우드톤의 스테이지, 은색의 지하철 통풍구, 천장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간접 조명은 공간을 더욱 세련되게 했다.
호감 공간으로 변신
친교 공간은 외부에 있다. 주 출입문 반대편에 쪽문이 있다. 문을 열고 낮은 계단을 올라가면 머리 위로 목재로 만든 차양과 그 아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이곳은 원래 버려진 공간이었다. 담장으로 둘러싸여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땅이어서 사용하기 모호했다. 주로 길고양이들이 배설물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김 대표는 이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위로 차양을 만들었다. 그래서 하늘로부터, 옆집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을 창출했다. 차양으로 생긴 천장은 소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외부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도 새롭게 바꿨다. 화장실을 가리기 위해 큰 거울 벽을 세웠고 화장실 안에는 아기자기한 세면대 등 소품을 이용해 호감 가는 장소로 개선했다.
G283은 김 대표가 임대하고 지금도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처음부터 예배 공동체나 다음세대를 위해 특별한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고 2023년 6월 이곳을 발견하고 리모델링했다. 이곳은 원래 30여년간 운영된 재봉 공장이었다. 그런 곳을 아늑하고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더 많은 문화 예술인과 다음세대 크리스천들이 이곳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도심의 반지하 주택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서울시에 제안한 바 있다. 교회 건축에서는 모던한 건축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공동대표이자 아내인 모델 서정희씨의 디자인 감각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심플하면서 아이코닉한 대전 오메가교회를 설계해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