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너지 아이콘 풍력 발전
이제는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
조선·철강 세계 최강인 한국
차세대 수출산업 잠재력 갖춰
‘에너지 하이웨이’ 건설하고
인허가 단순화 등 제도 개혁해
에너지 안보까지 달성해야
이제는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
조선·철강 세계 최강인 한국
차세대 수출산업 잠재력 갖춰
‘에너지 하이웨이’ 건설하고
인허가 단순화 등 제도 개혁해
에너지 안보까지 달성해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지원을 축소해 에너지 전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거스를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AI와 탄소중립이라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진흥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요구된다. 이에 새 정부는 ‘에너지 하이웨이’ 구축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때 동화 속 상징이던 풍차는 이제 탄소중립을 이끄는 그린에너지의 아이콘이 됐다. 태양광이 낮과 여름에 집중되는 반면 풍력은 밤과 겨울에도 전력을 공급해 상호 보완적이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에 치우쳐 풍력 확대가 필요하다. 육상풍력은 효율과 지역 민원 문제로 한계가 있지만 해상풍력은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이점과 높은 이용률, 일자리 창출 효과로 주목받는다.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해상풍력은 국내 에너지 전환과 산업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다.
세계 풍력시장은 2001년 24GW에서 2023년 1021GW로 40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해상풍력이 75GW를 차지한다. 유럽은 이미 ‘무보조 해상풍력’ 시대에 진입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의 약 6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해상풍력은 0.3GW 수준에 불과해 2030년 목표인 14.3GW 달성은 현 추세로는 요원하다. 한국은 1975년 제주도에 3㎾ 시범 터빈을 세우며 일찍이 풍력 개발을 시작했으나 전략 부재로 기회를 놓쳤다. 이명박정부의 2.5GW, 문재인정부의 12GW 목표도 실행력 부족과 인프라·공급망 한계,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실상 좌초됐다.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인허가 단순화, 인프라와 공급망 구축 등 복합 과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해상풍력이 중요한 이유는 압도적인 산업적 잠재력에 있다. 한국은 조선, 해양플랜트, 철강, 해저 케이블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 기반을 보유했고 터빈을 제외한 대부분 공급망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해상풍력은 단순한 재생에너지를 넘어 반도체와 자동차를 잇는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해상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해풍법)은 정부 지정 발전지구, 계획입지 제도, 인허가 절차 단축을 통해 지연 문제를 해소할 전환점이다. 앞으로는 배후 항만·전용 단지 조성, 터빈·블레이드·설치선 산업 연계가 필수이며, 이는 침체된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향후 해상풍력을 진정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제도의 실효성과 전력계통 확충이다. 해풍법 제정은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세부 규정과 후속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송전망과 ‘에너지 하이웨이’ 없이는 대규모 단지 건설이 불가능하다. 3~5GW 보급을 통해 균등화발전단가(LCOE)를 절반으로 낮춰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 수용성 강화를 위한 이익 공유도 필수다.
둘째, 산업 경쟁력의 전략적 활용과 국제 협력이다.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 강점은 살리고 블레이드, 터빈 등 취약 분야는 해외 협력으로 보완해야 한다. 국산화율이 이미 50%를 넘은 만큼 ‘100% 국산화’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해외 투자 유치로 내수시장을 키우고 아시아·태평양 공급망 허브로 도약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셋째, 정부의 리더십과 실행력 확보다. 이해관계 조정, 인허가 단순화, 공급망 전략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며 기존 발전 사업허가 취득 사업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 이를 위해 해풍법의 성공적 시행이 핵심이다. 정부는 어업·환경·군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 입지를 발굴하고, 인허가를 통합 처리하는 ‘계획입지’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공급망 육성과 연구·개발 지원이 병행된다면 에너지 안보와 신산업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산하 전담 조직, 공공·민간 협력 거버넌스, 금융·투자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2030년까지는 무리한 목표보다 제도적·산업적 기반 확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토대로 2035년에는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해상풍력은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을 넘어 국가 성장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