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초연구 R&D 생태계 구축해야

입력 2025-09-04 00:30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기초연구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4300억원(14.6%) 증액된 3조36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위축됐던 기초연구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조치로 크게 환영할 일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연구 분야의 예산이 3600억원 대폭 증액되면서 과제 수도 전년에 비해 3500여개 늘어났다. 이러한 것은 연구자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연구를 기획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겠다. 세부적으로는 리더·핵심·신진 연구 모두에서 증액이 이뤄졌다. 동시에 전임교원 대상 기본연구 신설(연 1억원 미만/5년, 총 2000개 과제)은 그동안 기초과학 학회협의체에서 요구해 온 내용들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안정적 연구 수행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비의 갑작스러운 편중 지원으로 다양성이 위축되는 우려를 불식하고, 학문 분야별 지원체계 재구축을 위한 학계 의견을 반영하며 의대 편중 시대에 신진 연구자들을 위한 안정적 연구 환경을 제고하는 동시에 기초과학 필수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14일 기초과학 학회협의체는 성명을 통해 최근 2년간 기초연구 과제 수가 매년 1800여개 감소해 2025년에는 1만1800여개로 대폭 줄어든 현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협의체는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매년 6000개의 연구과제를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3만여개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예산 증액과 기초연구 과제 수 증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한 첫 단추이며 새로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높게 평가한다. 앞으로 기초과학 역량을 배가함으로써 국가 중흥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숙의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다양성과 수월성의 균형을 이루는 체계 마련, 창의적 도전이 보장되면서도 우수한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성숙한 연구 문화, 부실 학술지 문제, 연구평가의 정성적·정량적 측면의 균형 그리고 예측 가능한 R&D 지원체계 확립도 매우 절실하다.

그동안 정부는 R&D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일부에서는 소통 방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으로는 학계와의 원활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초연구는 국가 과학기술의 토대다. 2026년도 R&D 예산 증액과 정책 전환이 일시적 호재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모범적인 K-R&D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새 정부의 가장 돋보이는 업적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곽시종
카이스트 교수
수리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