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일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와 보안을 위해 전례 없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이날 새벽 2~3시(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통과한 국경 도시 단둥과 오전 6시쯤 경유한 선양 등의 철도역에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됐다. 해외 취재진 다수가 단둥역과 선양역 주변에 대기했지만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정차하거나 통과하는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베이징역에도 가림막이 설치됐고 공안들이 오전부터 배치돼 보행자의 이동과 사진 촬영을 감시하거나 통제했다. 정오부터는 베이징역 인근 철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공원 등의 출입도 금지했다. 김 위원장 도착 1시간 전부터는 공안 인력을 2배 이상 늘렸다. 사진 촬영을 하는 취재진을 제지하고 임의로 연행한 뒤 스마트폰의 사진을 삭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역에 도착한 직후 전용차량을 타고 방문한 주중 북한대사관과 숙소로 알려진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 주변에도 다수의 공안과 군인들이 배치됐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과 2019년 1월에도 전용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접근이 이번처럼 엄격하게 통제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의 신변 정보 유출에 민감한 북한 측이 각별한 경계와 보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측은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에 나서는 게 처음이어서 더욱 보안에 민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생체 정보가 외부 세계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한국·일본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김정은의 건강 상태 노출과 암살로 이어질 수 있는 생체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전용 화장실을 열차에 실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은 북한에서 군 시설이나 공장을 방문할 때도 전용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의 전용 화장실을 항공기로 수송한 바 있다.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전용열차를 타고 가던 김정은이 중국 남부 난닝시에 잠시 내려 흡연할 때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담배꽁초에 묻은 침을 통한 생체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