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미래 전략이던 현대차그룹 AAM 사업 ‘속도 조절’

입력 2025-09-03 00:29
현대자동차그룹의 AAM(Advanced Air Mobility) 독립 법인인 슈퍼널(Supernal)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지난 CES 2024에 처음 참가해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 제공

미래항공교통(AAM)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4대 미래 전략’ 중 하나다. 언젠간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거란 믿음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분야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AAM 자회사 슈퍼널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을 최전선에서 이끌던 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신재원 AAM본부장 겸 슈퍼널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 고문은 2019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2021년부터 슈퍼널 사장을 맡았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을 주도한 신 고문은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존 사업개발 담당인 데이비드 로트블래트가 임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돼 당분간 슈퍼널을 이끈다. 현대차그룹은 “신 고문이 AAM 분야 기술개발 기반을 구축했다. 이제 사업화를 위한 새로운 단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퇴진이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더십의 부재는 AAM 사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슈퍼널은 지난 7월 직원 53명을 감원했다. 전체 인원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슈퍼널은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부에 “이번 감원은 에어택시 프로그램 인증 및 생산 단계 전환을 반영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 기류는 이전에도 감지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를 발표했는데, 4대 미래 사업(수소·자율주행·AAM·로보틱스) 중 AAM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업계에선 AAM 사업을 현실화하기까진 해결해야 할 여러 난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는 AAM에서 단거리 수송 분야를 의미하는 도심항공교통(UAM)의 상용화 목표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8년으로 미뤘다. 기체 개발 지연, 인증 기준 강화, 부족한 사업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안전에 대한 시민 인식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로 지목된다. 정부가 짠 로드맵은 2032년 UAM 도심 진입, 2037년 에어택시 운항, 2040년 자율주행 UAM 상용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AAM이 당장의 실적을 요구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수익성이 담보됐다면 (현대차그룹의) 이런 조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AAM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에어택시 상용화 시계는 늦춰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망은 밝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UAM 시장이 1조4740억 달러(약 205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