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속 李 대통령,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

입력 2025-09-02 18:49 수정 2025-09-03 00:41
연합뉴스

중국의 80주년 전승절을 하루 앞둔 2일 대통령실은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이다. 북·중·러 정상 회동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정부도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표 시점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오는 2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는 193개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외교 무대”라며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다양한 외교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4일에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인공지능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한 공개토의를 개최한다.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은 취임 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대통령실이 전승절 하루 전 발표한 것은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에서 북·중·러 정상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외교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 공개 시점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잘했고, 유엔에서 다자외교까지 적극적으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메시지를 국민께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일 협력 확대, 북·중·러 결속 강화로 대비되는 신냉전 구도가 확대되는 시점에 안보리 의장국 수장으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피스메이커’ 역할을 당부한 만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43차 유엔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이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지향했던 ‘빅딜’을 계승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 만큼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약식 회담이나 짧은 환담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2차 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